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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응우웬티기에우짱 ㅣ 노란돼지 창작동화
신채연 지음, 김미정 그림 / 노란돼지 / 2015년 7월
평점 :
어린이책 읽는 삶 164
베트남에서 온 사랑스런 우리 엄마
― 우리 엄마는 응우웬티기에우짱
신채연 글
김미정 그림
노란돼지 펴냄, 2015.7.20. 1만 원
전남 고흥군 읍내에 있는 군립도서관으로 나들이를 가서 어린이책을 놓은 칸에 가면 똑같은 그림책이 꽤 많이 꽂힌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군 읍내에 있는 군립도서관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시골이라 할 만한 지자체 군립도서관에는 일부러 ‘똑같은 그림책’을 잔뜩 갖추어요.
매우 사랑받는 그림책이기에 잔뜩 갖추지는 않아요. 생김새는 똑같으나 다 다른 말로 적힌 그림책이에요. 이제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서 시집을 와서 아이를 낳는 분이 매우 많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한국말을 익히도록 도우려는 뜻에다가 이분들이 고향나라 말로 아이를 가르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엄마한테는 신기한 것도 많고 멋진 것도 참 많다. 우리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가지고 오는 가정 통신문도 한 번만 읽는 법이 없다. 꼭 두 번, 세 번 읽는다. 오늘은 두 장이나 되니까 아마 열 번쯤은 읽을 거다. (9쪽)
맨 앞에 쓴 ‘응’ 자 옆에서 ‘우웬티기에우’가 점점 작게 쪼그라들고 있었다. 맨 마지막에 쓴 ‘짱’ 자는 진짜로 눈곱만큼 작았다. “엄마 이름 길어……. 그런데 여기 너무 좁아. 엄마 조그맣게 못 쓰겠어. 민재가 써 봐.” (12쪽)
신채연 님이 글을 쓰고, 김미정 님이 그림을 그린 《우리 엄마는 응우웬티기에우짱》(노란돼지,2015)이라는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태어난 한국사람’하고 ‘옮겨 온 한국사람’을 헤아려 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는 ‘한국 아이’입니다. 이름도 ‘한국 이름’이고 말도 ‘한국말’을 써요. 이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베트남에서 왔습니다. 베트남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한국으로 시집을 왔기에 이제는 ‘베트남이 아닌 한국에서 사는 사람’이요, 말 그대로 ‘한국사람’입니다.
베트남 이름인 응우웬티기에우짱을 그대로 쓴다는 어머니는 한국 할머니(시어머니)가 지어 준 ‘한국 이름’이 있으나 그 한국 이름보다는 이녁 베트남 어머니랑 아버지가 지어 준 ‘베트남 이름’이 좋아서 베트남 이름을 쓴다고 해요.
그런데 베트남에서 나고 자란 ‘한국사람 어머니’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제 어머니 이름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받았대요. 어머니 이름이 길 뿐 아니라, 베트남 이름이 ‘짱’으로 끝나는 바람에 학교에서 동무가 그 ‘짱’이라는 말로 놀린대요.
엄마가 내 이름표를 보고 목걸이 같다며 멋지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름표를 목에 걸고 거울 앞에서 좋아하는 엄마 얼굴 뒤로, 킥킥거리며 웃고 있는 병식이 얼굴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 이름표를 걸고 엄마가 학교에 오면 친구들이…….’ 물에 젖은 솜바지를 입은 것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엄마는 왜 신청은 해 가지고. (22쪽)
한국이 아닌 베트남이라면 ‘응우웬티기에우짱’이라는 이름으로 놀리거나 놀림받는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거꾸로 베트남에서는 ‘한국 이름’이 어떤 소릿값으로는 웃음이 난다고 여길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느 이름이든 모두 어머니랑 아버지가 사랑으로 지어 줍니다. 사랑을 담지 않아서 짓는 이름이란 없어요. 아이들은 모두 어버이가 따사롭고 넉넉하게 품는 사랑으로 태어나고요. 몸도 이름도 어버이가 물려주는 사랑이에요.
어린이문학 《우리 엄마는 응우웬티기에우짱》에 나오는 아이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아 어머니 ‘베트남 이름’을 동무들 앞에서 부끄럽다고 여길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말이에요, 이 아이를 비롯해서 우리가 조금만 더 헤아려 본다면, 베트남 이름이든 미국 이름이든 일본 이름이든 중국 이름이든 우즈베키스탄 이름이든 몽골 이름이든 부끄러울 까닭이 없어요. 다 다른 나라에서 다 다른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숨결이 깃든 이름이에요.
아직 어린 아이들로서는 이 대목을 짚기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이때에는 둘레에서 어른들이 찬찬히 이끌어 주어야겠지요. 아이로서는 지도책을 펼치거나 지구본을 돌리면서 ‘베트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머니가 베트남에서 어떤 삶과 살림을 누렸는가’ 하고 이 이름을 바탕으로 헤아려 볼 수 있어요. 언젠가 아이가 어머니랑 함께 베트남으로 나들이를 가서 ‘베트남 식구와 친척’을 만날 수 있다면, 이 ‘한국 아이’는 베트남 이름하고 한국 이름이 어떻게 다른가를 새삼스레 돌아볼 만할 테고요.
“항상 사이좋게 지내야 해. 친구들끼리 싸우는 싸움 대장은 짱 아니야.” 엄마가 이름표에 쓰여 있는 ‘짱’ 자를 손으로 콕콕 누르며 말했다. (56쪽)
어머니 응우웬티기에우짱 님은 이녁 아이랑 동무 아이들한테 떡볶기를 대접해 주면서 이야기합니다. ‘짱’이란 ‘싸움 대장’이 아니라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는 사이’에서 붙을 수 있는 이름이라는 이야기를 말이에요. 빙그레 웃으면서 이녁 아이하고 동무 아이들을 받아들여 주어요. 아이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기를 바라고, 서로 돕기를 바라며, 서로 아끼기를 바라요.
베트남에서 온 참말로 사랑스러운 우리 어머니입니다. 이 이야기처럼 아이들이 저마다 이처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베트남 이름이나 스리랑카 이름이나 티벳 이름 모두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새롭게 깨달으리라 봅니다. 2016.12.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