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862 : 하얀 백지
하얀 백지를
→ 하얀 종이를
→ 흰 종이를
→ 빈 종이를
백지(白紙) : 1. 닥나무 껍질로 만든 흰빛의 우리나라 종이. ‘흰 종이’로 순화 2.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어 있는 종이. ‘빈 종이’로 순화
한자말 ‘백지’는 두 가지를 가리킨다고 해요. 하나는 “흰 종이”요, 다른 하나는 “빈 종이”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고쳐써야 한다고 하니, “하얀 백지”라고 하면 겹말입니다. 빛깔이 하얀 종이를 가리킨다면 말 그대로 “하얀 종이”라 하면 됩니다. 아직 아무것도 안 쓴 종이라면 “하얀 빈 종이”가 될 텐데, “하얀 종이”라고 할 적에도 아직 아무것도 안 쓴 종이를 나타낸다고 할 만해요. 왜냐하면 아직 아무것도 안 썼으니 종이가 하얀 채 있어요. 무언가 쓰면 하얀 종이에 글씨가 적히겠지요. ‘하얗다’고 할는지 ‘비었다’고 할는지 또렷하게 살펴서 하나로 손질해야겠습니다. 2016.12.14.물.ㅅㄴㄹ
컴퓨터를 켜고 하얀 백지를 마주하고 자판에 손가락을 올려놔야 한다
→ 컴퓨터를 켜고 하얀 종이를 마주하고 글판에 손가락을 올려놔야 한다
→ 컴퓨터를 켜고 빈 종이를 마주하고 글판에 손가락을 올려놔야 한다
《안성진-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가나북스,2016) 11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