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 - 사회는 외우는 게 아니야!
배성호 지음, 박진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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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2



한국은 ‘동쪽’ 나라일까 ‘서쪽’ 나라일까

―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

 배성호 글

 박진주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펴냄, 2016.11.10. 11000원



  언제부터인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가리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컫곤 합니다. 이 한자말은 “동쪽에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는데, 한국을 동쪽으로 바라본다면 중국이나 유럽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될 만해요. 그런데 미국이나 멕시코나 브라질에서 한국을 본다면? 이때에 한국은 ‘동쪽’ 나라가 아닌 ‘서쪽’ 나라예요. 중국에서 한국을 보면 이 나라는 ‘동쪽’이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한국을 보면 한국은 ‘서쪽’이에요.



그동안 우리는 무심코 우리나라가 동쪽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가 아닌 중국의 눈으로 본 것이야 이처럼 세상은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다가와. (16쪽)


프랑스에서는 유럽의 화폐인 유로화를 쓰기 전에 ‘프랑’이란 화폐를 썼어. 그때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와 작품 속 장면을 각각 앞면과 뒷면에 담았어. 우리나라 지폐에도 문학 작품의 한 장면을 넣는다면 어떨까? 혹시 담고 싶은 주인공이 있니? (29쪽)



  초등학교 교사인 배성호 님이 쓴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책과함께어린이,2016)는 어린이가 우리 사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적에 ‘아름답고 슬기로울’ 수 있을까 하는 대목을 찬찬히 풀어내는 책입니다. 어른들이 ‘사회 지식’으로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두 번 거듭 헤아려’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국이 동쪽 나라인가 서쪽 나라인가 하는 이야기는, 한국이 ‘북쪽(북반구)’인가 ‘남쪽(남반구)’인가 하는 이야기하고도 맞물릴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있는 나라를 ‘북쪽’이나 ‘위쪽’으로 여기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한국에서 익숙한 지도’하고는 다르다 해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호주나 뉴질랜드가 ‘위쪽에 놓인 지도’를 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참말로 어디가 ‘위(북쪽)’이거나 ‘아래(남쪽)’일까요?



백제가 신라와의 대결에서 지고 끝내 항복하면서, 의자왕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 기록된 거야.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 입장에서는 의자왕이 나라를 잘 돌보지 않아, 백제가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담고자 했겠지. 그건 그렇고, 삼천 궁녀는 정말 있었을까? 당시 백제 궁궐 인구를 합해도 3천 명이 채 안 되었다고 하니, 삼천 궁녀는 심하게 과장된 이야기지. (38쪽)



  시골에서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갈 적에 으레 “서울에 올라간다(상경)” 같은 말을 씁니다. 시골사람도 서울사람도 서울에 ‘올라간다’ 하고, 시골에는 ‘내려간다’고 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참말로 서울은 ‘높으니까 올라가야’ 하는 곳일까요? 시골은 ‘낮으니까 내려가야’ 하는 곳일까요?


  가만히 보면 예부터 ‘낙향’이나 ‘귀양’ 같은 말을 쓰면서 ‘서울하고 멀어진 시골로 가는 일’은 ‘내려감’일 뿐 아니라 ‘낮아짐’으로 여기곤 해요. 이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눈길은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를 만할까요? 평등이라는 테두리에서, 지역자치라는 얼거리에서, 또 마을을 살리고 북돋우려는 틀에서, ‘올라간다(상경)·내려간다(낙향)’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광고를 엄격하게 법으로 막는 이유가 있어. 광고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계속 보다 보면 알게 모르게 그것에 익숙해지거든 … 하지만 우리나라 편의점을 한번 떠올려 볼까? 그곳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광고가 무엇일 것 같니? 바로 담배 광고야. (67쪽)


오늘날 드라마 속 여성들이 성공한 남자와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는 곱씹어 생각해 볼 문제야. 여성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꼭 백마 탄 왕자나 재벌 2세가 짠 하고 나타나 여자를 도와주어야 할까? (76쪽)



  백제에 삼천 궁녀는 없었다지만 노래에도 삼천 궁녀라는 말이 나오고, 그냥그냥 ‘의자왕 삼천 궁녀’라는 말이 사회에 또아리를 튼답니다. 백제가 신라에 무너진 탓에 백제를 깎아내리려고 하던 역사가나 권력자가 거짓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며, 한국 사회나 역사를 깎아내리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무척 많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어느 모로 보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서 마치 참인 듯 길들이려는 일은, 광고하고도 같다고 할 만합니다. 편의점에 가장 많이 있다는 담배 광고는 사람들이 저절로 담배에 익숙하도록 이끌 테지요. 더욱이 도시에서는 어디를 가든 광고판이 넘쳐요. 운동선수는 수많은 광고로 덮인 옷(운동옷)을 입고 움직입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한테 어마어마한 광고를 늘 보여주면서 그 광고에 나오는 상표에 길들이도록 내몬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주장들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무조건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 올림픽 때문에 소중한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는 건 큰 문제야. 그리고 단 한 번의 올림픽 행사를 위해 애써 지은 시설들이 올림픽이 끝난 뒤 활용되지 않는다면 골칫거리로 남겠지. (124쪽)



  어린이 인문책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인문책에 흐르는 ‘사회’ 이야기를 살피면, 정치·사회 기득권자나 권력자가 여느 사람들을 어떻게 길들이려고 하는가를 넌지시 짚습니다. 이러면서 어린이가 스스로 ‘열린 눈’이 되어 ‘사회 고정관념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룹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기에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정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대목을 밝힙니다. 기득권자나 권력자가 한쪽으로 이끌려는 속뜻을 어린이가 슬기롭게 읽어내어 제 생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보여줍니다.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어야 어린이 스스로 씩씩하게 설 수 있겠지요. 사회를 똑똑히 바라보며 제 생각을 슬기롭게 가꿀 때에 어린이는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겠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박근혜 정권이 국정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까닭은 ‘어린이와 푸름이가 사회와 역사를 슬기롭게 보는 눈’을 가로막으려는 속셈이라고 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함께 ‘고정관념’이 아닌 ‘열린 생각’일 때에 사회가 아름답게 거듭난다고 느낍니다. ‘굳어진 사회 지식’이 아닌 ‘새롭게 짓는 생각’을 어른하고 어린이가 함께 가꿀 수 있을 때에 우리 사회도 온누리도 아름다운 길을 가리라 봅니다. 2016.1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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