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min 무민과 소중한 물건 무민의 모험 1
토베 얀손 원작, 공민희 옮김 / 예림아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99



동무한테서 빌린 망원경을 잃어버렸어요

― 무민과 소중한 물건

 토베 얀손 글·그림

 공민희 옮김

 예림아이 펴냄, 2016.9.20. 1만 원



  오래도록 깎고 다듬어서 손수 지은 것은 두고두고 쓰기 마련이에요. 이를테면, 손수 지은 집이라면, 기둥도 벽도 손수 세우고, 마루도 구들도 손수 깔며, 창문도 대문도 손수 걸었다면, 이렇게 손수 지은 집은 그야말로 알뜰히 아끼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남한테서 얻은 것이라고 해서 함부로 다루지는 않아요. 다만 남한테서 얻을 적에는 똑같은 물건 하나를 놓고 얼마나 오래 품과 마음을 들여서 지었는가를 미처 못 헤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때에는 함부로 쓰기 마련이에요. 이른바 일회용품이 이와 같아요.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일회용품이지만, 막상 이 일회용품을 만들기까지 적잖은 자원과 품과 돈을 들여야 할 텐데, 이 대목을 제대로 헤아리기는 만만하지 않아요.


  토베 얀손 님이 빚은 그림책 《무민과 소중한 물건》(예림아이,2016)은 동무한테서 한동안 빌리기로 한 물건을 ‘무민’이 어떻게 건사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살가운 동무가 무민한테 ‘소중한 물건’을 건넸고, 무민은 동무한테서 빌린 소중한 물건을 알뜰히 아끼려고 했대요.



투티키는 단번에 무민의 말을 알아차렸어요. 그러고는 가지런히 쌓아 둔 짐더밍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어요. “이거 받아.” 투티키가 기다란 상자를 건넸어요. “내 망원경이야. 스너프킨이 오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거야. 난 여름 동안 외톨이 섬에 있을 거라서 망원경이 없어도 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 보관해 줄래?” (11쪽)



  무민은 망원경을 처음 받아서 보고는 깜짝 놀라며 아주 기뻤대요. 재미있고 신나며 즐거웠대요. 처음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망원경을 갖고 다녔대요. 날마다 망원경하고 새로운 놀이를 짓고 새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대요.



처음에 무민은 어디를 가든 망원경을 가지고 다녔어요. 망원경과 날마다 새로운 모험을 함께했어요. 망원경으로 멀리 수평선에 떠 있는 배도 보고, 숲속에서 가장 잘 익은 딸기도 찾아냈지요. (16∼17쪽)



  그런데 말이지요, 무민은 어느 날 이 망원경하고 차츰 멀어집니다. 처음에는 늘 갖고 다니면서 알뜰히 여겼으나, 어느새 ‘다른 물건’에 마음이 갔고, 그만 동무한테서 빌린 망원경을 깜빡 잊습니다. 이러다가 망원경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잃어버렸어요.


  자,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다른 동무가 무민한테서 ‘무민한테 소중한 물건’을 한동안 빌리기로 했는데, 다른 동무가 ‘무민한테 소중한 물건’을 처음에만 잘 건사하다가 나중에는 아무렇게나 내버려 둔다면, 이리하여 ‘무민한테 소중한 물건’을 다른 동무가 잃어버리기까지 한다면? 이때에 무민은 어떤 마음이 될까요?



토프슬란과 비프슬란은 진지한 표정으로 상자를 열었어요. 상자에는 비단과 깃털 위에 망원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우리가 찾았어.” 토프슬란이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우리가 그랬어. 하지만 훔친 건 아니야. 정말이야. 널 위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이거든.” 비프슬란이 말했어요. (23쪽)



  그림책 《무민과 소중한 물건》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째, 무민과 여러 동무가 서로 아끼면서 헤아리는 따스한 마음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둘째, 서로 아끼면서 헤아리는 따스한 동무인 터라, 저마다 소중한 물건을 선뜻 빌려줄 수 있어요. 셋째, 동무한테 소중한 물건을 빌려서 쓰기로 하고는 한동안 신나게 놀이를 지어요. 넷째, 다른 동무가 데면데면하게 다루는 물건을 어느 동무는 몹시 반길 수 있어서, 그만 이 물건을 몰래 훔칠 수 있어요. 다섯째, 동무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벌어진 일을 놓고 곰곰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일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어요. 여섯째, 앞으로는 작은 물건 하나도 함부로 다루지 않을 뿐 아니라, ‘동무한테 소중한 물건’에는 더 마음을 기울이기로 다짐할 수 있어요.


  ‘네 것 내 것’을 또렷하게 나누어야 한다기보다는, ‘내 것이 아닐 적’에는 꼭 동무한테 제대로 말을 하고 빌려서 써야지 싶어요. 말을 안 하고 몰래 가져다가 쓴다면, 이는 자칫 ‘훔침질’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동무가 말을 안 하고 몰래 가져다가 쓴 뒤에 “미안해!” 하고 뉘우치면서 찾아온다면, 동무를 한결 따스히 품어 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다그치기보다는 품고, 나무라기보다는 달래면서, 우리가 서로 더욱 즐겁게 놀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서 어깨를 겯고 노는 살가운 동무이니까요. 2016.11.2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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