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이 ‘서점인이 뽑은 첫 올해책(올해의 책)’이 되었어요
서울에 있는 크고작은 책방(서점)이 모여 2016년 11월 11일에 ‘서점날(서점의 날)’ 잔치를 엽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책으로 잇는 크고작은 책방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서 책이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 대견한가 하는 이야기를 웃음꽃으로 주고받습니다. 이러면서 2016년 올 한 해를 빛냈다고 여기는 책을 세 권 뽑아서 ‘올해책 상’을 줍니다.
지난 7월부터 서울 시내 서점마다 다섯 권씩 추천을 받아 후보작을 추렸으며, 이 후보작을 다시 살피고 가려서 어린이책·문학책·인문책,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누어 한 권씩, 모두 세 권을 ‘올해책’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어린이책으로는 《개똥벌레가 똥똥똥》(천개의바람 펴냄)이 뽑힙니다. 문학책으로는 《가족의 시골》(마루비 펴냄)이 뽑힙니다. 인문책으로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펴냄)이 뽑힙니다.
이 세 가지 올해책 가운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바로 제가 썼어요. 스무 해 동안 자료를 갈무리하고, 다섯 해 동안 글을 써서 빚은 눈물겨우면서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 이쁘장한 사전을 책방지기(서점인) 분들이 올해를 빛낸 인문책으로 뽑아 주셨다니, 더없이 놀랍고 반가우며 기쁩니다.
상을 받으러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시외버스에서는 그저 차분했어요. 서울시청에 마련한 행사장 맨 앞자리에 앉아서 수상자 이름을 듣고 상장을 받은 뒤에는 ‘종이 상장을 넘어서는 값진 보람’이 흐르네 하고 느꼈어요. 제가 사전 한 권을 새로 쓰면서 바친 땀과 눈물과 웃음과 노래를 수많은 책방지기 분들이 알아봐 주고 사랑해 준다는 보람이요 기쁨입니다. 상장은 있되 상금은 없으니 고흥에서 서울을 오가느라 찻삯이나 여러 경비를 대기에 살짝 빠듯했지만, 이 상장을 가방에 담아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콧노래를 불렀어요. 앞으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 이어 ‘다른 새로운 사전’을 ‘다른 읽는 사전’을 씩씩하게 내자고 기운을 차립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책으로 잇는 책방은 책 하나를 지은 사람들이 이녁 삶에서 길어올린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온누리 모든 이웃님한테 골고루 퍼뜨리는 몫을 맡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책이 있어서 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더욱 넓고 깊이 짓는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책방지기님들이 뜻을 모아서 ‘올해책(올해의 책)’이라는 선물을 베푼 뜨거운 사랑이란, 제가 글을 써서 빚을 이야기를 앞으로 더욱 씩씩하면서 아름답게 갈고닦아 주기를 바라는 숨결이리라고 생각해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숲을 가꾸는 숲살림을 지을 수 있기에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헤아릴 수 있었고, 이 시골살림 숲살림 집살림을 모두어 ‘한국말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야기’를 지을 수 있었어요. 우리 집 마당에 우뚝 서서 싱그러이 풀빛노래를 베푸는 후박나무를 그리며 숲말이랑 숲책을 새롭게 생각해 봅니다. 시골에 계신 이웃님하고 서울(도시)에 계신 이웃님한테 두루 찾아갈 시골바람과 시골노래를 새삼스레 마음에 담아 봅니다. 책을 이웃을 시골을 마을을 말글을 보금자리를 숲을 꿈을 노래를 모두 한동아리로 사랑하자는 다짐을 더 신나게 되새깁니다. 고맙습니다. 2016.11.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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