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713 : 빈 공간



그러한 빈 공간

→ 그러한 공간

→ 그러한 빈 곳

→ 그러한 자리


공간(空間) :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곳 : 공간적인 또는 추상적인 일정한 자리나 지역

자리 : 1. 사람이나 물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한자말 ‘공간’은 “빈 곳”을 뜻해요. ‘空間 = 빈 + 사이(틈)’예요. “빈 공간”이라 하면 겹말입니다. 그런데 “문화 공간·생활 공간·휴식 공간”처럼 쓸 적에는 “빈 곳”을 가리키지 않아요. 이때에는 ‘자리’나 ‘터’나 ‘곳’을 가리켜요. ‘문화터·삶터(살림터)·쉼터’처럼 말이지요. 가만히 살피면 “빈 공간”이라고 쓸 적에는 언제나 ‘공간 1’을 가리키니, 이 말투는 저절로 겹말이 되는 셈이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겹말 쓰임새라고도 볼 만한데, 이러한 얼거리라면 ‘빈곳·빈터·빈자리’를 알맞으면서 새롭게 써 볼 수 있어요. 그나저나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자리’를 ‘공간’으로 풀이하고, ‘곳’을 “공간적인 자리”로 풀이합니다. “공간적인 자리”란 말풀이는 “공간적인 공간”이란 소리인데, 참말로 무슨 뜻이 될까요? 영 뒤죽박죽인 돌림풀이입니다. 2016.11.1.불.ㅅㄴㄹ



도시를 만들거나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빈 공간을 설정하는 것인데도

→ 도시를 세우거나 설계할 때 그러한 빈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도

→ 도시를 세우거나 헤아릴 때 그러한 빈 곳을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데도

《승효상-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돌베개,2016) 5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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