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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리아나 - 오스카 와일드의 찬란한 문장들 ㅣ 쏜살 문고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명숙 엮음.옮김 / 민음사 / 2016년 8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270
말 한 마디로 피어나고 빛나는 생각
― 오스카리아나
오스카 와일드 글
박명숙 옮김
민음사 펴냄, 2016.8.5. 9800원
《오스카리아나》(민음사,2016)를 읽습니다. ‘오스카리아나’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가 쓴 글 가운데 환하게 빛날 만한 글을 따로 뽑아서 엮은 책에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 곁님이 이러한 책을 맨 처음 내놓았고, 나중에 부피가 늘었다고 해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그중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 (24쪽)
자신의 경험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44쪽)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 온 것은 사실 고통도 쾌락도 아닌 삶 자체다. (69쪽)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 (182쪽)
생각을 틔우고 삶을 밝히며 사랑을 북돋운다고 하는 ‘오스카리아나’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을 바라본다”고 하는 말을 헤아립니다. 이 같은 말을 곁에 두고 늘 되새긴다면 참말로 기운이 나겠구나 싶어요. “내가 겪은 일을 나 스스로 등돌리려 한다면 나 스스로 발돋움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을 생각합니다. 참말 그렇지요. 잘 해낸 일이든 잘 하지 못한 일이든 나로서는 뜻있는 일, 경험, 살림이에요. 어떤 일을 겪든 배워요. 배우기에 앞으로 달라질 수 있고, 배우는 동안 앞으로 나아질 수 있어요.
사랑만이 누구라도 살아 있게 할 수 있다. (184쪽)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말할 수 없다면 우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18쪽)
행복할 때는 언제나 선할 수 있다. 그러나 선하다고 해서 언제나 행복한 것은 아니다. (262쪽)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293쪽)
사랑이 있기에 누구나 살아갈 수 있겠지요. 참으로 그렇다고 느낍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야 어떤 일을 할 만할까요. 사랑이 없는 채, 풀이 죽은 채, 아무 꿈도 뜻도 없는 채, 어떤 일을 즐겁게 할 만할까요.
서로 아끼는 동무 사이라면 날카롭든 따스하든 ‘도움말’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입에 발린 말로는 동무 사이가 되지 않아요.
즐거운 사람은 그야말로 착하게 산다고 느껴요. 그런데 착하다고 늘 즐겁지는 않다니, 그럴 만한가 하고 돌아보면, 착한 사람이 너무 착하기에 겪는 안타까운 일이 떠올라요. 어쩌면 착하기 때문에 고달플 수 있는데, 착한 사람은 고달픈 일을 겪어도 이 고달픈 일을 ‘살아가는 밑거름’으로 삼겠지요.
우리 시대에는 사람들이 책을 너무 많이 읽다 보니 감탄할 시간이 없고, 글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 (301쪽)
모든 사물은 우리가 보고 있기에 존재하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에 따라 달라진다. (365쪽)
상상력은 곧 세상을 비추는 빛이다. (404쪽)
“내가 읽는 것은 바로 나”라는 말을 되새깁니다. “생각이 온누리를 비춘다”는 말을 곱씹습니다. “내가 바라보기에 뜻이 있고, 내가 이름을 붙여 주기에 값이 있다”고 할 만해요.
그러면 우리는 나를 어떻게 읽고, 나를 어떻게 가꿀 적에 아름다운 삶이 될까요? 온누리를 비춘다는 ‘생각’이라면, 우리는 우리 생각을 어떻게 북돋우거나 살찌울 적에 사랑스러운 지구별로 거듭나는 길을 걸을 만할까요?
학교는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가 되어야 한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다음날 학교 가는 걸 금지하는 것이 그들에게 내리는 벌이 되게 해야 한다. (423쪽)
최악의 노예 소유주는 자신의 노예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사람이다. 그럼으로써 노예 제도로 고통받는 이들이 그 제도의 끔찍함을 깨닫지 못하게 하고, 그 제도를 고찰하는 이들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512∼513쪽)
《오스카리아나》는 한글하고 영문을 나란히 적어 놓습니다. 번역이 내키지 않는다면 영어로 찬찬히 읽으면서 뜻과 느낌을 새롭게 짚을 수 있어요.
짤막한 글도 길게 적은 글도, 하나하나 환하게 빛나면서 마음밭에 고이 스며들 만하다고 봅니다. 오스카 와일드 님은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수많은 나날을 보내며 수많은 생각을 이녁 마음속에 담았기에 이처럼 환한 말마디를 펼칠 수 있었으리라 느껴요.
마음을 살찌우는 말이 있어서 참말로 마음을 기쁘게 살찌웁니다. 생각을 일으키는 말이 있어서 참으로 생각을 따스히 일으켜요.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말을 혀에 얹으면서 나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나자고 생각합니다. 사랑스러움을 어루만지는 말을 눈앞에 그리면서 나 스스로 사랑스럽게 움직이자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 삶을 짓는 결에 맞추어 ‘말잔치’를 이루고 ‘말빛’을 뽐내며 ‘말꽃’을 피울 수 있을 테지요. 말 한 마디로 잔치가 되고, 말 한 마디로 빛나며, 말 한 마디로 곱게 피어나는 생각이자 삶이요 사랑이고 꿈이라고 느낍니다. 2016.10.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