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는 글쓰기



  흔히 ‘생계형 글쓰기’라고 해서 ‘먹고살려는 글쓰기’를 하겠노라 나설 수 있습니다. 글만 쓰면서도 먹고살 수 있을 만합니다. 글을 쓰는 재주 말고는 달리 잘하는 일이 없어서 ‘먹고살려는 글쓰기’를 한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글만 써서는 먹고살 수 없습니다. 사람은 옷을 입고 잠을 자며 살림을 건사합니다. 집을 손질하고 밥을 지으며 비질이나 걸레질을 합니다. 글재주 말고 일재주가 없다면 막일이든 알바이든 해야 할 노릇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먹고살겠노라’ 한다면 집일이나 집살림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손수 집일이나 집살림을 꾸리지 않고서 어떤 글재주를 부릴 수 있을까요. 집일이나 집살림을 꾸리지 않고 그저 글만 쓰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요?


  ‘먹고살려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쓰는 글은 으레 겉돕니다. 책이나 신문에서 자료를 찾아서 글로 갈무리를 하니, 이러한 글은 ‘삶에서 피어나는 글’이 아니라 ‘책에서 간추린 글’입니다. 삶도 사람도 사랑도 우러나오지 않고, 글쓴이 마음조차 서리지 못합니다. 먹고살겠다는 마음에서 쓰는 글은 어떤 사람한테 즐거울는지 아리송합니다.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즐겁게 쓰는 글이 아니라면, 스스로 살림을 가꾸면서 기쁘게 쓰는 글이 아니라면, 그저 돈을 벌어서 다시 돈을 쓰는 ‘쳇바퀴 맴돌이 글쓰기’를 하겠다면, 이 같은 얼거리는 무엇이 될까요. 2016.8.1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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