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아이를 바꾼다 - 우리 아이 놀 권리 회복하기
김민아 외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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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사라지면 인류한테는 ‘재앙’이 된다

―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

 김민아·김차명·김청연·이영애·이희원·지정우 글

 시사일본어사 펴냄, 2016.6.30. 11500원



  집에서 찹쌀떡을 빚으려고 이모저모 살핍니다. 옛날이라면 어머니한테 여쭈어서 배웠을 테고, 때로는 이웃집에 여쭈기도 했을 텐데, 오늘날에는 인터넷으로도 찹쌀떡 빚기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집에서 저마다 다르게 빚는 찹쌀떡을 여러 날 들여다봅니다. 이러면서 우리 집에 걸맞게 우리 집다운 새로운 찹쌀떡을 빚어 보자고 생각합니다.


  팥고물은 일찌감치 마련합니다. 찹쌀떡을 빚기 앞서 아이들하고 함께 찐빵을 해 보았거든요. 찐빵을 해 보면서 팥고물을 잔뜩 마련했어요. 오늘은 아침밥을 지으면서 찹쌀가루 반죽을 합니다. 아버지가 반죽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큰아이는 저도 해 보고 싶답니다. 그럼 네가 해 보렴. 나는 큰아이한테 국자를 넘기고 아침밥 짓기를 마무리짓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심심하면 함께 놀 사람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놀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놀면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고, 친구도 사귀었다. (6∼7쪽)


(노래방에서) 두세 시간씩 고성을 지르는 노래는 노래라기보다 화난 사람이 악쓰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지만 그래도 무척 즐겁다고 했다. (21쪽)



  아이들이 아침을 다 먹을 즈음 찹쌀떡 익반죽을 마무리짓습니다. 밥을 먹는 동안 찜기가 찹쌀떡 익반죽을 잘 해 주었어요. 밥상을 치우고서 익반죽을 조금씩 떼어 도마에 올립니다. 익반죽을 올리기 앞서 도마에는 쌀겨가루를 뿌립니다. 다른 집에서는 녹말가루를 쓴다지만, 우리 집에서는 쌀겨가루를 뿌려서 고물로 묻히기로 합니다. 큰아이는 익반죽에 팥소를 넣고 뭉치기가 잘 안 되는지 자꾸 터집니다. “얘야, 그냥 입에 넣어.” “입에?” “찹쌀떡은 팥소를 넣다가 터지면 그냥 바로 먹으면 돼.”


  어느새 작은아이가 누나 곁에 달라붙어 두 아이는 팥고물을 동그랗게 뭉치면서 놉니다. 네, 신나게 놉니다. 부엌을 온통 팥고물범벅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깔깔거리며 동글동글 팥고물을 뭉치며 놀아요.



아이에게서 놀이를 빼앗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발달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통로가 사라지게 돼 아이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이뿐 아니라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85쪽)



  김민아·김차명·김청연·이영애·이희원·지정우, 이렇게 여섯 사람이 함께 쓴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시사일본어사,2016)를 읽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놀이가 사라진 까닭을 살피고, 놀이를 되찾아야 하는 까닭을 밝히며, 놀이와 놀이터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놀이와 일과 아이와 어른은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가 하는 대목을 헤아립니다.


  책이름처럼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그러면 놀이가 아이를 어떻게 바꿀까요? 놀이는 아이를 씩씩하게 바꾸어 준다고 해요. 놀이는 아이를 아름답게 바꾸어 준다고 해요. 놀이는 아이를 슬기롭게 바꾸어 준다고 해요. 놀이는 아이를 착하며 맑고 싱그러운 마음결이 되도록 바꾸어 준다고 해요. 무엇보다 놀이는 아이가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보람을 물씬 느끼도록 바꾸어 준다고 합니다.



건축가의 관점에서 확대해 봤을 때 ‘동네가 놀이터’ 자체일 때 가장 이상적인 놀이 공간이자 배움 공간이고 그것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었을 때 확장된 놀이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113쪽)


형태를 흉내내기만 하는 껍데기 식의 놀이기구는 경계해야 한다. 돌이 아닌데 마치 돌을 쌓은 것같이 형태를 만드는 것은 거짓이다. 나무가 아닌데 마치 나무처럼 색을 칠해 놓은 것은 가짜다. (133쪽)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를 함께 쓴 여섯 사람은 저마다 전문가 눈길로 놀이를 되찾고 되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놀이터는 억지스레 꾸미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한테 억지로 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요.


  아무렴 그렇습니다. 아이들더러 ‘놀라고 시킬’ 수 없어요. 아이들한테 ‘하루 몇 분이나 몇 시간을 따로 놀이 시간’으로 챙겨 줄 수 없어요.


  놀이는 저절로 일어나요. 놀이는 저절로 생기지요. 마음 깊은 곳에서 싱그러이 샘솟는 웃음처럼 누리는 놀이예요. 누가 시켜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놀이예요. 스스로 우러나서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놀이예요.


  우리 집 두 아이는 아침 밥상을 물린 뒤 함께 찹쌀떡 빚는 ‘놀이’를 하다가 덥다면서 마을 어귀 빨래터로 달려갑니다. 나는 밥상을 치우고 부엌을 씁니다. 오늘 다 먹지 못할 만큼 빚은 찹쌀떡 몇 점은 냉동실에 넣습니다. 아이들이 빨래터에 다녀와서 바로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예쁜 접시에 예쁘게 찹쌀덕을 얹습니다.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넙니다. 아이들은 빨래터에서 샘물을 온몸에 끼얹으며 논다면, 나는 집에서 찬물을 몸에 끼얹으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아이는 신나게 놀아야 튼튼하게 자란다고 느껴요. 어른도 신나게 일할 수 있어야 즐거운 살림이 되리라 느껴요.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일이나 살림도 언제나 놀이처럼 가볍고 싱그러이 마주할 만하리라 느껴요. 이 여름에 온누리 아이들이 모두 바람 타고 구름 타며 파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듯이 씩씩하고 기쁘게 놀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놀이하는 마음’을 고이 되찾을 수 있기를 빌어요. 2016.8.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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