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풀 (사진책도서관 2016.7.1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어귀에 돋은 풀 하나가 도깨비바늘처럼 보여서 이 녀석은 뽑아야지 하고 여기면서 손을 뻗어 줄기를 쥐다가 움찔합니다. 줄기에 가시가 있군요. 가시에 찔려 따가운 손을 떼며 다시 들여다봅니다. 어, 딸기풀이네. 들딸기를 훑은 뒤에 이곳에 씨앗을 던진 적이 있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이들이 도서관 둘레에서 들딸기를 훑다가 어쩌면 이 자리에 떨어뜨렸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도서관 어귀에 올라오는 딸기풀을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아버지 뭐 해? 왜 뽑다 말아?” “응, 얘는 딸기풀이거든. 딸기가 이쪽에서 올라오네.”


  고흥교육청에서 전화가 옵니다. 가을부터 이듬해까지 새로운 계약을 하러 8월 2일에 고흥교육청으로 오라고 연락합니다. 다만 1년 임대만 하기로 하고, 1년 임대가 끝날 무렵에는 고흥교육청에서 매각을 하겠노라 하고 이야기합니다. 1년 임대가 끝날 즈음에는 이곳에 둔 책하고 책꽂이를 모두 빼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전화를 끊고서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2017년 가을을 앞두기까지 이곳(폐교, 옛 흥양초등학교)을 사들일 만한 돈을 모으지 못한다면 이 도서관을 치워야 한다는 말을 들은 셈이고, 이곳에서 도서관을 치워야 한다면 굳이 고흥에서 더 살 까닭이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마을까지도 상·하수도 공사를 한다면서 시끌벅적합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우리 마을이요, 구정물에 쓰레기가 될 만한 화학세제나 화학약품을 안 쓰는 우리 살림집입니다. 그렇지만, 시골마을에까지 댐에서 끌어들이는 수도물을 써야 한다 하고, 시멘트와 파이프로 하수도를 파묻어야 한다 합니다. 앞으로 한 해 뒤에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야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는 대목을 더 깊이 생각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숲집과 숲배움터와 숲도서관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새롭게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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