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허공 虛空


 허공 속으로 사라지다 → 하늘로 사라지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 →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

 허공에다 대고 삿대질을 하다 → 하늘에다 대고 삿대질을 하다

 허공에다 주먹을 휘둘러 댔다 → 하늘에다 주먹을 휘둘러 댔다

 허공에 뜨다 → 하늘에 뜨다


  ‘허공(虛空)’은 “텅 빈 공중”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공중(空中)’은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을 가리킨다는데, ‘하늘’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러한 뜻풀이를 잘 살피면 ‘허공’은 “텅 빈 하늘”을 가리키는 셈이고, ‘공중’은 “하늘과 땅 사이에 빈 곳”을 가리키는데, ‘하늘’은 “땅 위쪽으로 보이는 모든 곳”을 가리켜요. ‘허공’이나 ‘공중’은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 같은 낱말이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허공·공중’은 모두 ‘하늘’을 가리키지요. 왜냐하면 ‘하늘’은 “텅 빈 곳”이라고 여길 만하거든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 거지중천·허공중”처럼 두 가지 비슷한말을 다루는데, ‘거지중천(居之中天)’이나 ‘허공중(虛空中)’ 모두 “= 허공”으로 풀이합니다. 그렇지만 두 한자말을 쓸 일은 없어 보여요. 2016.7.16.흙.ㅅㄴㄹ



오래지 않아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허공을 가득 채웠어요

→ 오래지 않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하늘을 가득 채웠어요

→ 오래지 않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하늘을 가득 채웠어요

《디터 콘제크/김경연 옮김-색깔을 부르는 아이》(풀빛,2002) 18쪽


살과 살이 섞이면 형언할 수 없는 리듬이 허공에 가득 찬다

→ 살과 살이 섞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락이 하늘에 가득 찬다

→ 살과 살이 섞이면 말로 그릴 수 없는 가락이 빈 하늘에 가득 찬다

《황규관-패배는 나의 힘》(창비,2007) 10쪽


식량 부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는 허공으로 흩어진다

→ 식량 부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는 하늘로 흩어진다

→ 먹을거리가 곧 바닥난다는 말은 텅 빈 하늘로 흩어진다

《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옮김-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삼천리,2010) 246쪽


나는 허공을 나는 새와 대화를 하고

→ 나는 하늘을 나는 새와 얘기를 하고

→ 나는 저 하늘을 나는 새와 얘기를 하고

《황헌만-임진강, 황헌만의 사진기행》(역사만들기,2011) 머리말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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