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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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60



책에 담은 마음을 사랑하는 작은 헌책방

―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우다 도모코 글

 김민정 옮김

 효형출판 펴냄, 2015.11.25. 13000원



  오키나와에 있다는 작은 헌책방 ‘울랄라’를 꾸리는 아가씨가 틈틈이 쓴 ‘헌책방 일기’를 엮은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효형출판,2015)라는 책이 있습니다. 글을 쓴 우다 도모코 님이 아니더라도 오키나와에는 헌책방이 있었고, ‘일본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은 이녁이 아닌 이녁보다 앞서 그곳에서 헌책방을 연 분이 한동안 꾸리셨다고 해요.


  그런데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어서 꾸린 이야기’를 헌책방지기가 스스로 쓴 일은 아마 거의 없었지 싶습니다. 우다 도코모 님은 한 해 반 즈음 헌책방을 꾸리면서 겪거나 듣거나 마주한 이야기를 조그마한 책에 조촐하게 담아요.



오키나와의 특산물은 망고와 진스코뿐만이 아니다. 오키나와에 관한 책을 빼놓을 수 없다. (11쪽)


아시아와 일본 무역의 중계지였던 류큐 왕국. 그런 류큐 왕국을 닮은 서점을 만들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류큐 왕족이나 호족에게 야단을 맞으려나. 어쨌거나 즐거운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6쪽)



  ‘오키나와’라고 하는 이름은 ‘일본’에서 붙였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오키나와가 아닌 ‘류큐’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어요. 일본은 그곳 사람들을 식민지처럼 다루었고,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진 뒤에 류큐라고 하는 오키나와를 미국한테 ‘미군 기지’이자 ‘미국 땅’으로 내주었어요.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로 다시 들어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키나와를 ‘똑같은 일본’으로 여기지만, 오키나와는 ‘일본하고 말도 사람도 삶도 살림도 무척 다릅’니다. 일본이면서도 일본하고 멀고, 일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터이나 일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러니까 오키나와다운 이야기가 물씬 흐르는 오키나와예요.



“왜 헌책방을 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반 서점은 취급하는 책이 정해져 있어요. 오키나와 책은 일반적인 경로로는 유통되지 않거나 절판된 책이 많은데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61쪽)


처음엔 누군가에게 야단을 맞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금세 당당하게 읽게 되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의 거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독서 캠페인이 아닐까. 물론 그 효과는 미지수겠지만. (144쪽)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를 쓴 젊은 아가씨는 씩씩한 헌책방지기입니다. 이러면서 책을 사랑합니다. 즐겁게 읽고, 즐겁게 다루며, 즐겁게 팔아요. 즐겁게 새 헌책을 장만하고, 즐겁게 새 손님을 맞이하며, 즐겁게 새 이야기를 누립니다.


  헌책방이 조그맣게 깃든 저잣거리에서 이웃 아저씨나 아주머니하고 살가이 어울립니다. 헌책방을 지키면서 즐거이 책을 읽을 뿐 아니라, 노래 공연도 더러 꾀하고, 여러모로 아기자기한 일도 벌입니다. 저잣거리 한쪽에서 젊은 이야기꽃을 새삼스레 터뜨립니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젊은 아가씨가 씩씩하게 헌책방을 열 만할까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가 아니라, 보은이나 장흥이나 성주 같은 작은 시골에서 헌책방을 열 만할까요? 신안에 있는 작은 섬에서, 또는 제주나 울릉 같은 섬에서, 아니면 지리산이나 오대산이나 계룡산 같은 짙푸른 숲을 둘러싼 멧골에서 이쁘장하게 헌책방을 열면서 책손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모두 새 책처럼 깨끗했다.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이구나. 아는 사람한테서 책을 사는 게 가장 어렵다. 애써 가져온 성의에 답하면서 나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얼마가 적당한지 고민해야 한다. (163쪽)


기사에 손님이 나올 때가 있어 꼭 훑어본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했다. 미용실에는 다양한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자 스태프가 미용실에서 구독하는 잡지 《BRUTUS》의 ‘책방이 좋다’ 특집을 들고 왔다. “오키나와 책방이 세 곳이나 소개되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상기된 얼굴이었다. (175쪽)



  고작 두 평짜리 헌책방이라고 하지만, 크기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두 평이 아닌 스무 평쯤 되어야 훌륭하지 않아요. 스무 평도 아닌 이백 평쯤 되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만한 곳이 되지 않습니다. 이백 평이든 스무 평이든 두 평이든, 이러한 헌책방을 가꾸는 일꾼이 스스로 즐거움과 웃음과 사랑으로 살림을 돌볼 적에 비로소 사람들 발길이 이어져요. 더 많은 책을 갖추지 않더라도 괜찮지요. 책방지기 스스로 알차게 가꾸고 매만지고 돌보고 아끼는 책방일 적에 책손은 꾸준히 그곳을 찾아갈 수 있어요.


  헌책방은 아니지만 독립책방이 꾸준히 늘어요. 마을마다 있던 작은 마을책방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예전과 다르면서 새로운 책쉼터(북카페)도 꾸준히 늘어요. 책만 팔아서 장사를 할 만한지는 아직 잘 모른다고 여길 만하지만, 책사랑 이 마음을 고이 이어갈 수 있으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아름다우면서 살뜰한 책마을이나 책터가 생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3년간 탄 자전거는 이미 세 번이나 펑크가 난 터라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3개월 전에 큰 바구니로 바꾸고 나서 애착이 좀 생겼다. 자전거에 책을 많이 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야 헌책방 주인용 자전거 같다고 혼자 들떠 있었다. 내 자전거는 누가 가져간 것일까? 애들 장난일까? 아니면 지나가던 사람이 화가 나서 어딘가에 버린 것일까? (185쪽)


손님은 정년까지 신문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25일에 월급을 타면 바로 책을 사러 갔다. 책장을 채워가는 즐거움에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책에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직접 저자를 만나러도 가는 거지요.” (190쪽)



  글쓴이는 한 해 반 즈음 헌책방지기로 일하면서 작은 책 하나를 써냈으니, 앞으로도 헌책방 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새로운 책을 찬찬히 내놓을 만하리라 봅니다. ‘헌책방 10년’ 일기도, ‘헌책방 20년’ 일기도, 또 ‘헌책방 30년’ 일기나 ‘헌책방 40년’ 일기도 오키나와 한쪽 저잣거리 조그마한 헌책방에서 태어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종이에 담은 이야기를 아끼고, 종이로 빚는 살림을 사랑하며, 종이로 나누는 꿈을 노래하는 크고작은 수많은 헌책방이 새롭게 빛을 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7.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사진은 효형출판에서 고맙게 보내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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