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탕진 蕩盡


 가산 탕진 → 집 재산 날림 / 집살림 모두 써 버림

 국고 탕진 → 국고 날림 / 나랏돈 다 써 버림

 재산이 탕진되었다 → 재산이 날렸다 / 재산이 다 없어졌다

 기력이 탕진되다 → 기운이 없어졌다 / 기운이 사라졌다 / 기운이 빠졌다

 거액을 탕진하다 → 큰돈을 잃다 / 큰돈을 날리다 / 큰돈을 다 쓰다

 힘과 시간을 탕진했다 → 힘과 시간을 다 썼다 / 힘과 시간을 날렸다


  ‘탕진(蕩盡)’은 “1.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앰 2. 시간, 힘, 정열 따위를 헛되이 다 써 버림”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탕패·판탕·탕갈” 같은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탕패(蕩敗)’와 ‘판탕(板蕩)’은 “= 탕진”으로 풀이하고, ‘탕갈(蕩竭)’은 “재물이 남김없이 다 없어짐”으로 풀이해요. 그런데 ‘탕패·판탕·탕갈’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이런 한자말은 쓸모가 없다고 여겨야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탕진’이라는 낱말도 ‘없애다’나 ‘다 쓰다’나 ‘없어지다’나 ‘사라지다’로 손볼 만합니다. 2016.7.13.물.ㅅㄴㄹ



노동자의 땀과 전문가의 창의성과 아이들의 미래마저 탕진한 것이다

→ 노동자 땀과 전문가 창의성과 아이들 앞날마저 다 써 버린 셈이다

→ 노동자 땀과 전문가 슬기와 아이들 앞날마저 몽땅 없앤 셈이다

→ 노동자 땀과 전문가 슬기와 아이들 앞날마저 죄다 날린 셈이다

《박노해-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느린걸음,2005) 208쪽


몇 푼의 화폐를 받는 대신 시간을 탕진했다

→ 몇 푼 돈을 받는 만큼 시간을 써 버렸다

→ 몇 푼 돈을 받느라 시간을 날려 버렸다

→ 몇 분 돈을 받는다며 시간을 버린 셈이다

《김담-그늘 속을 걷다》(텍스트,2009) 83쪽


열정의 탕진이며 열정의 상실이다

→ 열정을 다 없앴으며 열정을 잃었다

→ 마음이 사그라들며 마음을 잃었다

《강제윤-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호미,2013) 155쪽


빛을 탕진한 밤이 와

→ 빛을 다 쓴 밤이 와

→ 빛을 다 써 버린 밤이 와

《김희업-비의 목록》(창비,2014) 8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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