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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곤충 도감 ㅣ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1
백문기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5월
평점 :
숲책 읽기 103
빗물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던 나비를 건지며
― 화살표 곤충 도감
백문기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5.16. 25000원
비가 잦거나 많이 쏟아지면 어김없이 집안에 지네가 들어옵니다. 어젯밤에는 지렁이도 한 마리 보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 집 어디에서 빈틈을 찾아내어 들어오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자그마한 벌레와 목숨붙이한테는 저희 나름대로 찾아내는 빈틈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네도 지렁이도 꼽등이도 집밖으로 내보내 줍니다. 이렇게 내보내며 마음속으로 속삭입니다. 얘들아, 너희가 살 곳은 이 안쪽이 아니란다. 이 안쪽에는 너희들 먹잇감도 없지. 바깥쪽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거나 기어다니렴. 바깥쪽에서 먹잇감도 찾고 너희 짝도 찾으렴.
우리나라 벌목에는 2800여 종이 있으며, 많은 종이 크기가 작고 뚜렷한 무늬가 없어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뚜렷한 특징이 있더라도 유사종이 많아 사진으로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87쪽)
우리나라에는 3450종에 가까운 나방이 있으며, 대체로 해질녘이나 밤에 활동하지만, 한낮에 꽃에 모이거나 산길 주변을 날아다니는 종도 많다. (98쪽)
백문기 님이 빚은 작고 도톰한 도감인 《화살표 곤충 도감》(자연과생태,2016)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제껏 여러 가지 도감과 생태책을 꾸준히 펴낸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선보인 믿음직한 도감입니다. ‘곤충 도감’은 제법 나왔는데 《화살표 곤충 도감》은 무엇이 다를까요? 바로 책이름에서 밝히듯이 ‘화살표’라는 대목이 다릅니다. 화살표를 써서 사진이나 그림에 대고 콕 짚어서 이 대목이 이러저러하게 다르거나 비슷하다고 알린 도감이 더러 있습니다만, 《화살표 곤충 도감》처럼 화살표를 널리 쓴 도감은 없지 싶습니다.
얼핏 보면 ‘글만 읽어도 알 만하다’고 여길 대목일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화살표로 콕콕 짚으면서 새삼스레 다루니 뜻밖에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올 뿐 아니라, 더 쉽고 빠르게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때에는 화살표로 어느 대목을 콕 짚기만 했어도 ‘아하, 왜 이곳을 이렇게 짚었는지 알 만하다’고 미리 깨닫기도 합니다.
《화살표 곤충 도감》은 한국에 있는 모든 벌레(곤충)를 다루지 못합니다. 이 도감에서도 밝히듯이 벌은 가짓수가 2800이나 되고, 나방은 가짓수가 3450이라는 숫자에 이른다고 해요. 잠자리도 메뚜기도 노린재도 딱정벌레도 날도래도 가짓수가 참으로 많아요.
《화살표 곤충 도감》은 무엇보다도 여러 벌레 저마다 ‘무리’로 나누어서, 이 무리에 드는 벌레는 어떤 모습이거나 무늬이거나 한살이인가 하는 대목을 밝힙니다. 이렇게 하고 나서 여러 가짓수를 사진과 화살표를 알맞게 살려서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벌레를 가리는 눈썰미를 북돋아 주고, 벌레 이름을 어떻게 살피거나 알아낼 만한가 같은 대목을 짚어 줍니다.
곤충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동물입니다. 이런 곤충을 대할 때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 피해를 주나, 이익을 주나 같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곤충은 우리의 관심과 상관없이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곤충을 있는 그대로, 또한 우리와 같은 자연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4쪽/머리말)
그제 낮에 겪은 일을 문득 떠올립니다. 새 우산을 선물받은 큰아이가 이 장마철에 빗길을 거닐면서 놀고 싶어하기에 셋이서 우산을 쓰고 마을 한 바퀴를 크게 돌았습니다. 두 아이 모두 우산을 받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빗물과 웅덩이를 찰방찰방 밟으며 돌아다녔어요.
이렇게 빗길마실을 하는데 곳곳에서 나비가 날아다닙니다. 아이들이 나비를 보고 외쳐요. “나비야, 비 오는데 얌전히 있지, 왜 돌아다니니? 어서 풀밭에 내려앉아.” 나비도 나비 나름대로 할 일이 있을 테고, 배가 고프면 꽃가루나 꿀을 찾아다녀야 할 테지요. 어쩌면 이제 막 깨어난 나비일 수 있어요.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집 앞에 이르렀는데, 큰아이는 고샅에서 뭔가를 찾아냅니다. “여기, 나비가 있어. 빗물에 휩쓸렸나 봐.” “그러네. 손으로 살며시 집어서 풀밭으로 옮겨 주렴.” 큰아이가 나비 날개를 잡을 적마다 나비는 크게 날갯짓을 합니다. 나비는 빗물에 휩쓸리며 허우적거리다가, 또 이리저리 맴돌이를 하다가, 드디어 풀밭으로 옮겨 갑니다. 풀줄기 하나를 다리로 단단히 움켜잡고서야 비로소 날갯짓을 쉽니다.
이들 나비가 있어서, 또 벌과 개미가 있어서, 또 수많은 자그마한 벌레가 있어서, 이 어여쁜 이웃 목숨붙이가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찌꺼기나 썩은 것이 흙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줍니다. 메마르거나 거친 땅은 지렁이가 찾아와 주어 까무잡잡하게 기름진 흙으로 바뀝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쓰는 책상맡에 여러 가지 도감을 놓습니다. 이 도감은 ‘이름’만 익히려고 놓지 않습니다. 이름부터 익히고, 한살이를 헤아리며, 우리 삶자리에서 늘 마주하는 이웃 목숨붙이를 따사로이 아끼려는 손길로 거듭나려는 마음으로 놓습니다. 《화살표 곤충 도감》도 책상맡에 곱게 둡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마당에서 놀다가 쉴 적에 여러 가지 도감을 가만히 펼치면서 ‘아까 본 벌레는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해 하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도감 한 권은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느낍니다.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