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마실 뒤 한 시간 두 시간



  읍내 우체국에 들른 뒤 저자마실을 봅니다. 비가 제법 그치지 않아 여러 날 집이랑 마당이랑 도서관에서만 놀던 아이들은 모처럼 읍내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타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자리가 없어서 군내버스에서 서서 옵니다. 장날이면서 비가 살짝 멎은 장마철이니 읍내를 오가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비가 그친 날씨라서 아이들은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놀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렴. 실컷 놀고 들어오렴. 나는 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쌀부터 씻어서 불리고, 이모저모 부엌일을 합니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따순물을 틀어서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려 합니다. 아이들 목소리를 들으며 밥냄비에 불을 올립니다. 젖은 옷을 마당에서 다 벗고 들어온 아이들은 씻는방으로 달립니다. 머리를 감고 몸을 복복 비빕니다. 땟물이 꽤 나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이동안 밥이 다 됩니다. 히유. 밥상을 차리고 빨래를 집으로 들입니다. 모처럼 비가 멎으며 해도 살짝 비추기도 했으니 옷이 잘 말라 줄까요. 이튿날에도 비가 없이 해가 나기를 빌어 봅니다. 저자마실을 마친 뒤에는 등허리를 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배고픈 아이들을 먹이니 이 아이들은 두 눈에 졸음이 가득합니다. 이를 닦이고 조금 놀리고서 누이면 어느새 곯아떨어지며 하루가 저물 테지요. 2016.7.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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