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냄새 맡기
‘좋은숨결’이라 할 만한 ‘EM’을 써서 빨래를 하면 빨래에서 나는 냄새가 다르다. 이를테면 쌀뜨물을 닮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재활용비누로 빨래를 하면 재활용비누 냄새가 나고, 세제로 빨래를 하면 세제 냄새가 난다. 너무 마땅한 이야기인가? 냇물이나 샘물로 빨래를 하면 옷에서 냇물이나 샘물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수돗물로 빨래를 하면 옷에서 수돗물 기운이 흐르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 또한 너무 마땅한 셈인가? 싱그러운 바람이 흐르는 곳에서는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고, 매캐한 바람이 흐르는 곳에서는 매캐한 바람을 느낀다. 농약을 치는 곳에서는 농약 바람을 느끼고, 소똥이나 돼지똥이 흐드러진 데에서는 소똥이나 돼지똥 바람을 느낀다. 아무래도 나는 너무 마땅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은데, 요즈음 ‘옷냄새’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내 손과 아이들 몸에 어떤 냄새가 배면서 어떤 살림을 지을 때에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가만히 되새긴다. 2016.6.2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