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손으로 하는 일
내 이 손은 사람을 사랑하려는 손이다. 이 손이 닿는 자리마다 따스한 기운이 흐르면서 즐거운 노래가 흐드러질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내 손은 나한테 사랑이요, 네 손은 너한테 사랑이지. 내가 짓는 밥에는 내가 빚는 사랑이 서리고, 네가 짓는 밥에는 네가 엮는 사랑이 어려, 우리가 누리는 밥마다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내가 차려서 먹는 밥도, 네가 차려서 주는 밥도, 참말 언제나 즐겁고 고마우면서 반갑다.
내 이 손은 살림을 지으려는 손이다. 이 손으로 만지는 것마다 싱그러운 바람이 흐르면서 기쁜 웃음이 터질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손수 김치를 하고, 손수 밭을 일구고, 손수 자전거를 몰고, 손수 빨래를 하고, 손수 연필을 쥐어 글을 쓴다. 이 손으로 하는 일이란 이 손으로 보금자기를 가꾸는 기쁜 몸짓이다. 흙내음 나는 손으로 밥을 짓고, 밥내음 나는 손으로 빨래를 하고, 물내음 나는 손으로 아이들과 놀고, 땀내음 나는 손으로 글을 쓰고, 종이내음 나는 손으로 다시 호미를 쥐면서 하늘을 마신다.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