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치 사전 2 - 모두를 위한 가치 아름다운 가치 사전 2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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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솔선’ 교육보다 ‘사랑스런 살림’을 꿈꾸며

― 아름다운 가치 사전 2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한울림어린이 펴냄, 2015.8.17. 13000원



  동화를 쓰는 채인선 님은 2005년에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썼고, 2015년에 《아름다운 가치 사전 2》을 내놓습니다. 둘째 권을 살피면 모두 스물네 가지 ‘가치’를 다룹니다. ‘경청·공감·끈기·바른 마음·보살핌·부지런·생명 존중·솔선·아름다움·양보·우정·자연 사랑·자유·절약·절제·정돈·정성·즐거움·질서·착한 마음·평화·함께하기·협동·희망’을 놓고서 짤막하게 쓴 글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경청이란, 할머니 말씀을 새겨듣는 것.

경청이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

경청이란, 마음의 소리도 귀 기울여 듣는 것.



  ‘가치(價値)’는 ‘값어치’를 가리키는 한자말이고, 이는 “사물에 깃든 쓸모”를 뜻합니다. 또는 “사람이 이루려는 참됨·착함·아름다움”을 ‘가치’라고도 합니다. 《아름다운 가치 사전》이 첫째 뜻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면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운 쓸모”를 찾는 셈이요, 둘째 뜻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면 “아름다운 참됨·착함·아름다움”을 찾는 셈입니다. 그런데 둘째 뜻이라면 “아름다운 아름다움”을 말한다고 할 터이니, 겹말이라고 할 만합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정부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내놓았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따로 교과로 짜서 아이들한테 가르친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밝힌 ‘인성교육 8대 사항’은 “예절·효도·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도덕’이라는 교과는 사라졌습니다. 지난날 학교에서 ‘도덕’이라는 교과는 정부에서 밝힌 ‘국민교육헌장’에 힘입어 사회질서와 사회윤리를 지키는 시민이 되자는 뜻을 집어넣는 구실을 했습니다. 이른바 ‘체제 순응 인간 육성’이라는 길로 도덕 과목을 내세웠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도덕 과목을 없애면서 ‘인성’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과목이 생긴 셈이로구나 싶어요.



솔선이란, 친구가 도와 달라고 하기 전에 얼른 다가가 돕는 것.

양보란, 남에게 착한 마음을 베푸는 것.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것.

우정이란,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것. 함께 고민하고 함께 걱정하는 것.



  도덕이나 인성은 얼마든지 가르칠 만하다고 느낍니다. 아니, 도덕이나 인성은 슬기롭게 가르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과 마을에서 찬찬히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어야지 싶어요. 다만, 외치는 말(구호)로 아이들한테 시키는 몸짓(강요)이 아니라, 즐거우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하는 살림이 되도록 누리는 이야기꽃이 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른들이 스스로 즐겁게 웃고 기쁘게 노래하면서 사랑스레 살림을 지으면, 이때에는 따로 도덕 교육이나 인성 교육이 없어도 ‘아름다운 삶·살림·사랑’을 아이들이 배울 만하리라 느껴요. 아름다운 삶이 바로 교육이고, 즐거운 살림이 언제나 교육이며, 기쁜 사랑이 한결같이 교육이 될 테니까요.


  인성교육 8대 사항을 보면 ‘예절’과 ‘효도’가 첫째입니다. 예절과 효도는 틀림없이 뜻있는 값어치 가운데 하나일 테지만, 인성교육에서 이를 첫째로 다룰 만한가를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정직’과 ‘책임’을 이 다음으로 다루는 대목도 곰곰이 짚어 보아야지 싶습니다. 이름은 바뀌었어도 유신정권과 새마을운동이 사회를 다스리던 때에 서예와 표어와 포스터로 교실과 마을마다 붙이던 구호하고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 존중이란, 생명을 가진 것들을 존중하는 마음.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

자유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착한 마음이란,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내 것을 양보하고 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름다운 가치 사전》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밝히려고 합니다. 그런데 스물네 가지 주제를 풀어낸 이야기를 찬찬히 보면 ‘한자말 구호’를 여러모로 풀어낸 도덕 교육(인성 교육)과 같구나 하고 느낍니다.


  곳곳에 ‘존중’이라는 말이 잇달아 나오는데 ‘존중’이란 어떤 몸짓인지는 뚜렷하게 다루지 않기도 합니다. 생명도 자유도 착함도 ‘존중’이라는 한자말로 풀어낸다면, 막상 ‘존중’이란 무엇이라고 할 만할까요?



아름다운 마음이란, 남을 돕고자 하는 착한 마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마음.

자연사랑은, 숲을 가꾸고 나무를 베지 않는 것. 강과 바다를 더럽히지 않는 것.



  한자로 ‘진·선·미’라고도 하는 ‘참됨·착함·아름다움’은 저마다 다른 마음결을 나타냅니다. “남을 돕고자 하는 착한 마음”이란 말 그대로 ‘착함’이에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마음”은 말 그대로 ‘따뜻함’입니다.


  참되면서 착하고 아름다울 적에 이러한 마음결은 ‘사랑’으로 이어져요. ‘참됨’은 옳고 바른 길을 슬기롭게 아는 숨결이에요. ‘착함’은 상냥하고 부드러우면서 따스한 몸짓과 말이 되는 숨결이에요. ‘아름다움’은 훌륭하면서 보기 좋아서 즐거움을 일으키는 숨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옳고 바르면서 슬기롭고, 상냥하고 부드러우면서 따스하며, 훌륭하면서 보기 좋아 즐거움을 일으키기에, 여기에서 ‘사랑’이 시나브로 태어난다고 해요.


  어떤 외침말(구호)로 들려주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도덕 교육이나 인성 교육에서 이제는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 삶을 즐거움으로 짓고 살림을 기쁨으로 가꾸는 길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손을 맞잡고 살필 수 있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숲을 가꾸자”는 말만 하지 말고 “숲을 어떻게 가꿀 적에 즐거울까”를 함께 살피고, “나무를 베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어떻게 돌보면서, 우리 삶에서 나무를 어떻게 쓸까”를 함께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즐거움이란, 기분이 좋은 것.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는 것.

즐거움이란, 아기 동생이 재롱부리는 것을 보며 할머니가 웃으시는 것.

즐거움이란, 새로 산 우산을 들고 비를 맞이하며 나만의 기쁨을 누리는 것.



  《아름다운 가치 사전》이라는 책은 어린이가 몸과 마음으로 익힐 적에 좋다고 여기는 ‘여러 가치’를 다룹니다. 다만, 여러 가치를 다루기는 하지만 ‘한자말 구호를 조금 쉽게 풀어내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지 않나 하고 느낍니다. ‘즐거움’을 ‘만족’이나 ‘행복’이라는 낱말로 풀이하는데, ‘만족’이라는 한자말은 ‘흐뭇함’을 뜻해요. ‘행복’이라는 한자말은 ‘즐거움’이나 ‘기쁨’을 뜻하지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즐거움이란 …… 나만의 기쁨을 누리는 것”처럼 적기도 합니다.


  ‘즐거움’은 나 스스로 어떤 일이 마음에 드는데, 이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기쁨’은 어떤 일이 내 마음에 드는 모습이 밖으로 환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아름다움을 밝히는 ‘여러 가치’ 가운데 하나로 즐거움을 어린이한테 들려주려고 하는 일은 틀림없이 뜻이 있습니다. 그러나 말뜻과 말결을 조금 더 깊이 살펴야 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도덕 교육·인성 교육’이라는 틀을 넘어서서 ‘삶을 사랑하는 살림’이라는 마음결로 수수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질서’나 ‘솔선’을 말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즐겁고 사랑스레 삶을 지으면, 그러니까 ‘사랑스런 살림’이 되면, 아이들은 이를 곁에서 늘 지켜보면서 기쁘게 살림을 배우리라 봅니다. 2016.6.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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