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23] 칠칠하다



  “나무나 풀이나 머리카락이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고 할 적에 ‘칠칠하다’라는 낱말을 써요. ‘칠칠맞다’는 ‘칠칠하다’를 힘주어서 가리키는 낱말이에요. 그러니 “너는 참 칠칠하구나” 하고 말한다면, 너는 머리카락이 잘 자라서 보기에 좋다는 뜻이 돼요. 텃밭에 심은 남새가 잘 자랐다고 할 적에도 ‘칠칠하다’를 쓸 만해요. 이러한 뜻을 바탕으로 삼아서 “깨끗하거나 말끔한 차림새”를 가리키는 자리라든지 “일을 반듯하고 야무지게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도 ‘칠칠하다·칠칠맞다’를 쓸 만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우리는 흔히 ‘칠칠하지 못하다’라든지 ‘칠칠맞지 못하다’ 꼴로만 쓰곤 해요. 보기에 안 좋거나 깔끔하지 못하거나 반듯하지 못하거나 야무지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칠칠하지 못한 놈!”이라든지 “칠칠맞지 못한 녀석!” 하고 말하지요. 칠칠하지 못하다면 ‘칠칠한’ 모습으로 거듭날 노릇이고, 칠칠맞지 못하다면 ‘칠칠맞은’ 의젓하고 야무진 모습으로 달라질 노릇이에요. 2016.5.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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