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과 빈곤층, 최영미 시인



  최영미 시인이 올해에 근로장려금을 처음으로 받는다면서, 이 얘기를 이녁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합니다. 쉰다섯 살 나이에 처음으로 받는 근로장려금이라 조금 놀라셨지 싶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페이스북에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라는 말을 적으십니다.


  최영미 시인은 ‘아는 교수’들한테 시간강의를 달라고 ‘애원’했다고 합니다. 이때에 ‘아는 교수’들은 최영미 시인한테 ‘학위’를 물었다지요. ‘국문과 석사학위’가 없이는 ‘대학교 시간강의’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들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나는 꽤 오랫동안 해마다 근로장려금을 받으면서 지냅니다. 올해에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텐데, 나는 나를 ‘빈곤층’이라고 여긴다거나 ‘가난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아직 우리 살림살이에서 ‘돈’이 많지 않다뿐입니다. 돈은 많지 않아도 밭을 일구고,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타며, 시골마을에서 서재도서관을 꾸리면서 하루하루 재미를 누립니다.


  나는 고등학교만 마친 가방끈인 터라, ‘학위’는커녕 ‘졸업장’도 딱히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나를 불러서 한두 시간쯤 이야기(강의)를 들려줄 수 있느냐고 묻는 전화가 가끔 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최영미 시인은 시집을 수십만 권 팔았다고 하는데 목돈이나 살림돈은 얼마 안 남으신 듯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돈이라고 하는 숫자’는 덧없거나 부질없을는지 몰라요. 최영미 시인 같은 사람조차 근로장려금을 받는다고 한다면, 그리 이름이 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은 근로장려금을 일찌감치 받았을 테고,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다른 기금을 받기도 할 테지요. 최영미 시인은 적어도 ‘기초생활수급자’이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돈 걱정을 안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면, 무척 아름다운 사회요 복지이자 문화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글 쓰는 사람뿐 아니라,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도 돈 근심을 안 하고 흙을 만질 수 있어야지 싶어요. 도시 자영업자나 작가는 이럭저럭 ‘근로소득’이 잡힐 테지만, 시골에서 흙 만지는 사람한테는 ‘근로소득’이 잡히기란 매우 어려워요.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사랑스럽게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빕니다. 군대나 전쟁무기는 차츰 사라질 수 있기를 빕니다. 전쟁무기에 나랏돈을 들이지 말고, 사람들 살림살이를 보살피는 데에 나랏돈을 들일 수 있기를 빕니다. 2016.5.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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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9 2016-05-19 17:23   좋아요 0 | URL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이 글을 보고 하루 빨리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럽게 자신에 꿈을 키울수 있도록 복지,지원해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갑니다.

숲노래 2016-05-19 17:20   좋아요 2 | URL
말씀처럼 참다운 복지정책이 서서
가난도 다른 고단함도 없이
누구나 즐겁게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