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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아이들 - 미세기 다큐멘터리
윌리엄 에이어스 지음, 양희승 옮김 / 미세기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법정의 아이들
- 글쓴이 : 윌리엄 에이어스
- 옮긴이 : 양희승
- 펴낸곳 : 미세기(2004.1.15.)
- 책값 : 12000원
요즘은 조금 나아졌는가 모르겠는데,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또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 퍽 많은 교사들은 우리를 ‘○번’ 하고 불렀습니다. 이름표도 가슴 잘 보이는 곳에 달고 다녔고, 교사들은 출석부도 늘 가지고 다녔지만 우리들 이름보다는 ‘번호’로 부르곤 했습니다. 굳이 이름을 외울 까닭이 없다고 느꼈는지 모르지요.
.. 선정된 관선 변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건 서류를 챙겼다. 그는 자신이 변호를 맡게 된 조단을 쳐다보지 않았다. 다음 공판 일정이 정해졌다. 다음 사건 .. 〈31쪽〉
우리들을 숫자로 부르고 지나친 교사들은 우리한테 교과서 지식만 건넬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시험을 치를 때마다 점수에 따라서 몽둥이 찜질을 했습니다. 어떤 교사는 지난번 시험보다 1점이라도 떨어지면 1대씩 때리곤 했는데, 이때마다 우리는 아찔할 뿐이었습니다. 지난번에 100점을 받았는데 이번에 97점을 받으면? 지난번에 82점을 받았다가 이번에 81점을 받으면? 처음엔 50점, 다음엔 80점, 다음엔 60점을 받으면?
학교를 떠나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 사회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교사가 학생을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부르듯, 우리 사회를 이루는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름이 아닌 숫자로, 이웃이 아닌 대상으로, 사람이 아닌 짐짝처럼 다루지 싶어요. 정치꾼들은 늘 ‘국민을 생각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봉사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기업주는 ‘노동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작가나 출판사는 ‘독자를 믿는다’고 말해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로는 다들 겉발림일 뿐이거나 입에 발린 소리이지 싶어요.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거나 꾸밈없이 다가가려는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 실제적인 의미에서 법원이 자신들의 영역 안에 있는 모든 문제를 처리하지는 못한다. 빈곤과 실업, 경제 공황, 인종 갈등, 계층 갈등, 불평등한 분배 구조, 좌절감과 반목으로 가득한 사회 환경 등은 법원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고유 영역 안에서도 법원은 기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법정에 서는 청소년들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법적 권리를 대변해 줄 대상을 갖지 못하며 또 보호나 상담을 해 줄 대상조차 갖지 못한다 .. 〈81쪽〉
아이들이 여덟 살에, 아홉 살에, 열 살에, 열두 살에, 열세 살에… 범죄를 저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아주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왜 어떤 아이는 어릴 적부터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삶터에서 헤매이다가 온갖 차별과 푸대접을 받아야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일찌감치 범죄 소굴에 심부름꾼처럼 이끌려 다니다가 법정에까지 서야 할까요? 어른 범죄가 있는 곳에 청소년 범죄가 있고, 어른들도 참답게 살 수 없는 터전이라면 청소년도 참답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4339.3.31.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