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란 무엇일까



  나는 시골에서 살며 어느 때부터인가 시계도 달력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계를 아예 안 보지는 않습니다. 시골에서 시계를 언제 보느냐 하면, 읍내로 볼일을 보러 나가야 할 적에 봐요.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언제 오는가를 알아야 할 때에만 비로소 시계를 봅니다. 달력도 볼 일이 없지만, 달력을 보아야 하는 때가 더러 있어요. 우체국에 가야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어라, 오늘 토요일이었네?’라든지 ‘아차, 오늘 일요일이었구나!’ 하면서 날짜도 요일도 잊은 채 움직이려 하다가 볼일을 놓치거나 못 보기도 합니다.


  5월 5일부터 8일까지 ‘연휴’라고 하는 말을 어제쯤 비로소 듣습니다. 어제오늘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려고 생각했는데, 달력을 보니, 또 이래저래 얘기를 들으니 ‘연휴’라서 5월 5일도 5월 6일도 우체국을 안 연다고 합니다.


  연휴란 무엇일까요? 일요일이란 무엇일까요? 주말이나 휴일이란 무엇일까요?


  풀은 토요일이나 월요일을 따지지 않습니다. 바람이나 비나 눈은 휴일이나 연휴를 가리지 않습니다. 해나 달이나 별은 주말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일이나 시간이나 시계나 휴일이나 연휴나 휴가를 으레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이나 달력이나 연휴가 ‘아무 뜻이 없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다만 이러한 것을 굳이 따져야 할 까닭은 없으리라 느껴요. 연휴나 휴가이기에 ‘쉴 수 있는 날’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마음을 쉬거나 달랠 수 있으면 된다고 느껴요.


  주말이라 아이들하고 놀러 다니지 않습니다. 일요일이라 놀거나 쉬지 않습니다. 늘 일하고 늘 쉽니다. 늘 함께 놀고 늘 함께 쉽니다. 2016.5.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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