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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보물이야! ㅣ 푸른숲 그림책 8
사사키 마사미 글, 이은경 옮김, 사타케 미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8
걸레를 빨아 줄 만큼 대견하게 자란 아이들
― 너는 나의 보물이야!
사사키 마사미 글
사타케 미호 그림
이은경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2012.3.5. 9800원
누군가 나한테 한 마디를 묻는다면, 이를테면 ‘아이들이 언제 이쁜가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들고 가만히 그분을 바라보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따로 이쁜 때란 없고, 따로 안 이쁜 때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더 이쁘다 싶은 때가 없고, 따로 안 이쁘다고 할 만한 때도 없구나 하고 느껴요.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들입니다. 어른은 언제나 어른입니다. 이러면서 둘은 함께 살림을 짓는 사이좋은 삶벗이나 길벗이나 사랑벗이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으면서 즐거운 아이들이요, 사랑을 주면서 기쁜 어른이라고 느껴요.
먹이고 입히고 재우면서 서로 즐겁고 기쁩니다. 함께 놀고 일하고 쉬고 마실하면서 함께 즐겁고 기뻐요. 아이들은 내 곁에서 배우고, 나는 아이들 곁에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나한테 수수께끼를 물으면서 가르침을 베풀고, 나는 내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풀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길을 이끕니다.
작은 입을 벌리고 네가 하품하는 것만 봐도 엄마 아빠는 행복했단다. (4쪽)
네가 조용할 때는 무언가 일을 저지르고 있었지. (10쪽)
사사키 마사미 님이 글을 쓰고, 사타케 미호 님이 그림을 빚은 《너는 나의 보물이야!》(푸른숲주니어,2012)라는 그림책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한 번 스윽 보더니 딱히 더 들여다보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너무 마땅한 이야기라서 그러할 수 있고,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 여겨서 그리 재미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즐거울 만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스스로 기운을 내면서 아이들을 더욱 따스한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북돋우는 ‘어른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을 돌보다가 몹시 고단하거나 힘든 날, ‘그래, 이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 보물이지!’ 하는 마음을 되새겨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만해요. 아이들이 골을 부리거나 떼를 쓴다고 느낄 적에, ‘아니야, 차분히 생각해 봐. 이 아이가 왜 골을 부릴까? 이 아이가 왜 떼를 쓸까? 이 아이는 나(어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려고 이런 모습을 보일까?’ 하고 가르치는 길을 되새기라고 이끄는 그림책이라고 할 만해요.
네가 단추를 하나씩 스스로 채우더니, (20쪽)
작은아이가 밤에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혼자 불도 안 켜고 씩씩하게 쉬를 눕니다. 그러고는 다시 혼자 씩씩하게 잠자리에 눕습니다. 작은아이가 이렇게 혼자 씩씩하게 시골집에서 밤오줌을 가리기까지 여섯 해가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다섯 해 동안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잘 눌 수 있도록 언제나 밤마다 깨어서 쉬를 봐주었다는 뜻입니다. 작은아이에 앞서 큰아이한테도 이렇게 했고요.
이제 두 아이는 저희 옷을 저희 스스로 챙겨서 입을 만큼 자랐습니다. 아직 작은아이는 많이 서툴지만, 내가 옷을 다 빨아서 말려서 방으로 들이면, 큰아이는 손수 옷을 개어 손수 제자리에 갖다 놓을 줄 압니다. 이럴 때면 참으로 대견하구나 하고 느낄 만한데, 가끔 설거지를 거든다든지, 밥을 하다가 “누구 솔(부추)을 마당에서 뜯어 줄 사람?” 하고 부를 수 있다든지, 방을 훔치다가 “누구 걸레를 빨아 줄 사람?” 하고 부를 수 있을 적에도 몹시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새봄에 밭을 일구면서 “새로 심은 씨앗에 누가 물을 길어서 부어 줄래?” 하고 물어요. “여기에 심으려고 미리 꺼내 놓은 씨앗 좀 가져다줄래?” 하고도 묻지요. 밭일에 쓰는 연장을 갖다 달라고 시키고, 큰 나무를 옮겨심을 적에 붙잡아 달라고 맡기기도 해요. 씨앗심기를 하고 나면, 두 아이는 서로 꽃삽을 들고 뒤꼍 빈터를 마음대로 파고 쌓고 하면서 놀아요. 아직은 흙놀이요 소꿉놀이인데, 머잖아 이 아이들은 손수 집을 짓고 살림을 지을 씩씩한 숨결로 거듭나리라 하고 느껴요.
벌써 이만큼 자라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구나! 엄마 아빠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그리고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32쪽)
아이들이 스스로 배웁니다. 궁금한 것을 물으면서 스스로 배웁니다. 어버이도 언제나 함께 스스로 배웁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하루를 지으면서 이때에는 이렇고 저때에는 저렇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하나하나 새롭게 배웁니다.
곁에 있는 보배는 사랑스러운 보배일 뿐 아니라, 배움동무이고 삶동무입니다. 나는 아이들 곁에서 보배로운 어버이가 되면서 슬기로운 배움동무하고 삶동무로서 더욱 씩씩하게 웃자고 다짐합니다. 내가 아이들을 자랑스레 여길 수 있는 마음이라면, 아이들도 저희 어버이를 자랑스레 여길 수 있어야겠지요.
잠자리 이불깃을 여미고,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고, 함께 밭을 짓고, 함께 나무를 심고, 함께 들길하고 숲길을 걷고, 또 함께 자전거를 달려서 골짜기로 마실을 가면서, 우리는 서로서로 더없이 고운 보배라는 대목을 싱그러이 깨닫습니다. 2016.4.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