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 - 완결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15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즐겁게 노래하기

―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

 토우메 케이 글·그림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2.25. 6000원



  아이들은 저희하고 함께 노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어머니랑 아버지가 저희하고 함께 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른들은 저마다 할 일이 있기에 좀처럼 아이들하고 놀 겨를을 못 내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을 보살피거나 먹여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놀이보다는 으레 일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저희랑 함께 놀 어버이를 기다립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랑 아버지가 저희를 마주보면서 기쁨으로 좋아해 주며 함께 놀 날을 가만히 기다립니다.



‘먼 길을 돌아서 수많은 굴레를 짊어지고 왔구나. 우리들.’ (10쪽)


“도쿄로 돌아가고 싶지?” “이제 됐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는 여기서 자랐기 때문에 이곳에 애착이 있어. 하지만 오빠는 저쪽에 소중한 사람이 있잖아?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은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오빠가 희생하면 그이도 마음이 불편할 거야. 그런 건 아버지도 바라지 않으실 테니까.” (57쪽)



  토우메 케이 님이 빚은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학산문화사,2016) 열한째 권을 읽습니다. 열다섯 해 남짓 잇던 이야기는 이제 마무리를 짓습니다. 권수로 치면 열다섯 해 남짓에 걸쳐 열한 권이니, 무척 더디게 이야기가 흘렀다고 할 만합니다. 이 사람하고 저 사람이 맺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이고, 이 사람하고 저 사람 사이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다가 서운한 바람이 부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입니다. 이제 마지막 열한째 권에 이르러 ‘저마다 좋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뚜렷하게 한 걸음씩 떼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면서 흔들리는 삶이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씩씩하게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모습이 나와요.



“이 주변에는 볼 게 없는데.” “괜찮습니다. 산이나 들, 논밭을 구경하고 싶어요.” (73쪽)


‘이것저것 고민해도 결국 다다르는 곳은 내 영혼이 원하는 장소.’ (190쪽)



  어느 모로 본다면,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람 곁에도 있고 저 사람 곁에도 있을 만합니다. 여러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서로 동무가 되어 함께 지낼 만해요. 사람살이가 꼭 짝짓기를 해야 하는 얼거리가 아니니, 굳이 ‘너랑 나만’이라고 하는 틀에 사로잡혀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살이에는 ‘짝’만 있지 않고 ‘동무’가 함께 있어요. ‘이웃’이 있지요. 동무도 ‘너나들이’ 같은 이가 있으며, 말동무나 길동무나 일동무나 꿈동무가 있어요.


  그러니 내 마음에 드는 어느 한 사람이 있을 적에, 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여러 사람이 있을 적에 잘 살피거나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짝’으로 두려는가? 모든 사람을 ‘동무’로 사귀려는가? 오직 한 사람만 ‘짝’으로 두려는가? 다른 동무가 없이 짝꿍만 있으면 되는가?



“나는, 나를 받아들여 준다면 당장이라도 갈 거야. 내가 도망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미나토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잖아.” (82쪽)


“곁에 있어 주면 그걸로 충분해. 멀리서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아. 곁에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그렇잖아. 곁에 있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84쪽)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는 가장 훌륭하거나 멋진 길을 밝히거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만화책에서 몇 가지를 넌지시 짚습니다. 첫째,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내 넋이 가장 포근하게 쉬면서 즐거운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내가 살아가는 기쁨은 바로 내가 스스로 찾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셋째, 마음에 드는 모든 사람을 짝꿍으로 혼자 차지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아름다운 이웃하고 동무를 즐겁게 아끼면서 살뜰히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이 되자고 말해요.



“어중간한 어른인 우리들은, 머리로만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다 할 인생 경험이 없으니까. 그렇지?” (142쪽)


“‘행복’이란 뭘까요?” “그건 하루(주인공 이름, 그러니까 주인공 스스로)가 아니면 알 수 없어.” (164쪽)



  사랑은 머리로 알 수 없습니다. 아무렴, 그렇겠지요. 사랑은 가슴으로 알 테지요. 사랑은 마음으로 알 테고, 사랑은 깊은 넋으로 깨닫겠지요. 머리로 이모저모 아무리 따진들 사랑을 알 길이 없으리라 느껴요.


  기쁨도 이와 같아요. 기쁨을 머리로 알 수 없으리라 느껴요. 돈이 많아야 기쁨일까요? 이름을 드날려야 기쁨일까요? 엄청난 힘을 부려야 기쁨일까요? 아니겠지요?


  아이들은 두 손을 꼬옥 잡고 마당에서 빙글빙글 돌아도 까르르 웃음꽃입니다. 아니, 아이들은 내가 손가락 하나만 들어서 옆구리를 살짝 찔러도 깔깔깔 웃음바다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춤잔치나 노래잔치를 베풀어 주어야 웃지 않습니다. 그저 곁에 있기만 해도 웃음이 퍼집니다.


  즐겁게 밥을 짓고, 즐겁게 빨래를 합니다. 즐겁게 씨앗을 심어 밭을 돌봅니다. 즐겁게 자전거를 몰며 나들이를 누립니다. 즐겁게 뒷산에 올라 봄꽃을 만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기쁨을 새롭게 되새기면서, 오늘 하루도 빙그레 짓는 ‘웃음살림’을 가만히 그립니다. 2016.3.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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