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Molly Moon And The Incredible Book Of Hypnotism (몰리 문의 놀라운 최면술 책)(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Arc Entertainment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몰리 문의 놀라운 최면술 책
Molly Moon: The Incredible Hypnotist, 2014


  갓난쟁이일 무렵부터 고아원에서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고아원에서 사는데, 제법 나이가 들 때까지 새 어버이를 만나지 못합니다. ‘입양’을 바라는 어버이는 좀처럼 이 아이들이 지내는 고아원으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거의 꿈을 잃다시피 하면서 자라고, 이 고아원을 지키는 원장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재미로 하루하루 산다고 할 만한 모습입니다.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싶지만 이 너른 지구별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과 삶과 살림이 있습니다. 응달진 곳에서 그림자에 가려진 채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이 있고, 햇볕이 듬뿍 내리쬐는 곳에서 밝은 빛을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마다 왜 다 다른 나날을 보낼까요? 저지른 잘못이 커서? 짊어진 굴레가 커서? 갓난쟁이조차? 어린이조차? 어릴 적부터 사랑받지 못한 채 큰 어른까지?

  ‘몰리 문’이라는 아이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아이를 ‘동무’로 둡니다. 고아원에서 어떤 아이들은 ‘문’하고 ‘로키’를 ‘남자친구·여자친구’라고 가리키지만 ‘문’하고 ‘로키’는 서로 ‘동무(친구)’로만 여깁니다. ‘이성친구’가 아닌 ‘마음을 나누는 사이’로 여겨요.

  영화 〈몰리 문〉에 나오는 아이 ‘몰리 문’은 책읽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여러 까닭이 있을 텐데, 고아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나 놀이가 없고, 책은 깊은 밤에도 빨래방(세탁실)에 몰래 들어가서 조용히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고아원 원장은 책조차 좋아하지 않아서 고아원에는 책마저 없지만, 문은 마을도서관에서 몰래 책을 빌려서 밤새 빨래방에서 읽어요.

  이러던 어느 날 몰리 문은 ‘최면술’을 다루는 책을 만납니다. 책을 좋아하던 몰리 문은 ‘최면술’ 책도 찬찬히 읽었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눈결(눈에서 흐르는 기운과 빛)’로 다른 사람을 ‘내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길을 익힙니다. 눈힘을 키우는 셈인데, 이 최면술은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최면술은 ‘다른 사람을 내 마음에 맞추어 움직이도록 이끌’려면, ‘나부터 다른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똑바로 읽어서 내 마음에 담아야’ 하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최면술을 걸려면 나는 너하고 ‘서로 다른 마음인 줄 먼저 알아’야 하고, 이 다음에는 ‘서로 다른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 온힘을 쏟아’야 합니다. 두 마음이 하나가 되고, 한 마음이 다시 두 마음으로서 다른 두 사람 몸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놓아 주어야 해요.

  곰곰이 따지자면 최면술하고 ‘동무로 사귀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가지 모두 ‘마음읽기’로 이루는 삶이니까요. 다만, 최면술은 내 마음대로 너를 움직이기만 할 뿐이요, 동무로 사귀는 삶이란 서로서로 홀가분하면서 사랑스럽고 즐거이 마음이 흐릅니다.

  영화에 나오는 아이 ‘몰리 문’은 최면술을 익힌 뒤에 맨 먼저 ‘고아원 개’를 동무로 삼고, 다음으로는 ‘고아원 밥차림’을 맛있게 바꾸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할까요? 바로 고아원 원장 마음을 ‘착한 사람’이 되도록 ‘고아원 원장이 어릴 적에 따스하게 사랑받은 일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심어 주어요.

  영화를 보다가 문득 놀랐어요. 그래요, 고아원 아이는 다 알아요. 고아원 원장이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닌 줄 알아요. 어쩌면 어릴 적에 크게 마음이 다친 적이 있어서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자꾸 괴롭힐는지 모르지요. 우리 사회에서도 짓궂거나 거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사랑 아닌 생채기를 받았을 수 있어요.

  고아원 아이 ‘로키’는 늘 노래를 부릅니다. 동무인 문이 ‘웃음’이라든지 ‘고아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노래를 부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같은 노래를 불러요. 그리고 이 영화에는 ‘나를 믿어요(believe in myself)’라든지 ‘그들 스스로를 볼 수 있다면’ 같은 노래가 늘 흐릅니다. 영화에 나오는 ‘인기연예인(star)’이 부르는 노래에서도 똑같이 ‘나를 믿어요’가 되풀이돼요. “maybe, this time I'll be fine. maybe, this time will be mine.”이라는 주제노래를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이 삶은 나한테 괜찮아. 이 삶은 내 것이 돼. 2016.3.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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