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양말이란



  곁님이 곁님 동생이 낳은 아기한테 선물하려고 양말을 한 켤레 떴다. 이 뜨개양말을 보내는 길에 ‘아기띠’를 찾아서 함께 보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안고 업으면서 쓰던 아기띠를 잘 빨고 말래서 잘 두었는데, 막상 너무 잘 둔 탓에 어디에 두었는지 한참 못 찾았다. 아이들 겨울옷하고 봄옷을 갈무리하다가 드디어 아기띠를 찾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뜨개질이 손에 익고 손놀림이 빠르다면 하루에 여러 켤레를 뜰 수 있을까? 뜨개질을 해 본 사람은 알 텐데 양말 한 켤레를 뜨기까지도 품이 꽤 많이 든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손길하고 사랑이 작은 뜨개양말 한 켤레에 깃든다. 이를테면, 이 뜨개양말을 마무리하기까지 예닐곱 시간쯤 걸린다 하더라도 ‘뜨개질을 익히고 마름질을 배우며 실하고 바늘을 장만하기’까지 들인 품하고 겨를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냥 뜰 수 있는 작은 양말이란 없다.


  우리가 손수 살림을 짓는 길을 익힌다면, 무엇 하나 아무렇게나 다루지 않을 테지. 우리가 기쁘게 살림을 가꾸는 길을 걷는다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고운 손길을 담아서 아름다운 보금자리와 마을을 가꿀 수 있을 테지. 손수 하는 곳에 사랑이 흐르고, 손수 짓는 곳에 삶이 있다.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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