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사전 - 토론하는 미래 시민을 위한 사회 개념어 이야기
구민정 외 지음, 김영랑 그림 / 고래이야기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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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39



‘소비’ 아닌 ‘놀이’일 때에 ‘평등·민주 사회’

― 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사전

 구민정·국찬석·권재원·김병호·신동하 글

 김영랑 그림

 고래이야기 펴냄, 2016.3.5. 16000원



  구민정·국찬석·권재원·김병호·신동하 다섯 분이 글을 쓰고, 김영랑 님이 그림을 그린 《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사전》(고래이야기,2016)을 읽습니다. 열 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한국 사회’와 ‘지구 사회’를 슬기롭게 읽는 눈길을 북돋우려고 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어린이가 사회를 알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다룬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어린이가 차근차근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앞으로 ‘사회를 새롭게 가꿀 슬기’를 스스로 가꾸도록 돕는다고 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읽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행복도 알 수 있을 텐데.” (15쪽)


“저런, 그건 노는 게 아니에요. 그냥 소비를 하는 거지. 말뚝박기, 자치기, 땅따먹기 등 재미있는 놀이가 얼마나 많은데요. 안타깝네요. 여러분은 원 없이 뛰놀며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나이인데.” (17쪽)



  ‘행복’이나 ‘자유’나 ‘인권’이나 ‘평등’이라고 하는 사회가치를 어린이한테 어떻게 들려줄 만할까요? 사회이론을 어린이한테 들려주면 될까요? 어린이한테는 사회이론이 아니라 살림살이를 보여주어야 하겠지요. 머릿속에 지식으로 담을 이론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히거나 부대끼면서 스스로 생각을 짓도록 이끌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겠지요.


  《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사전》에서도 말하는데, 오늘날 거의 모든 어린이는 ‘마음껏 놀지 못합’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어린이는 중·고등학교 푸름이 못지않게 시험과 공부라는 짐에 억눌립니다. 그나마 오늘날 어린이는 책읽기는 할 수 있어요. 아름답고 알차며 사랑스러운 문학책이나 인문책이나 그림책은 두루 읽을 수 있어요. 중학교에만 들어서도 책읽기를 쉽게 하기 어렵고, 중학교부터는 대학바라기 입시공부에 얽매여야 하는 얼거리가 되기 일쑤예요. 대학바라기 입시공부가 아니라면 취업준비에 힘을 쏟는 얼거리가 되지요.



“똑같은 것이 아니라 차별이 없는 것이 평등입니다. 만일 시각장애인을 일반인과 평등하게 대한다고 보조장치 없이 시험을 보게 한다면 실제로는 평등한 것이 아니겠죠?” (23쪽)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만을 최우선으로 삼아 왔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가 되었어. 그러니 아빠들이 집안일을 함께하기가 어렵기도 하지.” (37쪽)



  놀지 못한 채 자라야 하는 어린이라면 ‘행복’을 알기 어렵습니다.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공부와 시험에 얽매여야 했다면 ‘공부와 시험’을 알 뿐, 어떻게 놀아야 하는가를 알기 어렵지요. 놀이하고 ‘소비’는 다르기에 돈을 들여서 놀이시설이나 문화시설을 누려야 ‘놀이’가 되지 않아요. 놀이는 ‘소비’나 ‘문화생활’이 아니라 말 그대로 즐겁거나 기쁘게 몸과 마음을 활짝 펼치는 살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노는 어린이로 삶을 지으면서 어른으로 자라야, ‘어른이 되어 짝을 만나 아이를 새롭게 낳은 뒤’에 ‘내가 낳은 아이’하고 즐겁게 놀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가 즐겁게 놀 만한 터전을 마련할 수 있어요.


  자, 생각해 보아야지요. 어릴 적에 못 놀고 어른이 되면, 이 어른은 아이를 낳은 뒤에 무엇을 할까요? 놀이를 모르는 채 자랐으니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았’어도 어떻게 놀려야 하는가를 모를 테고, 아이가 놀아야 하는 줄도 모를 테며, ‘어른이 되기까지 이녁 스스로 겪은 그대로’ 새로 태어난 아이가 고스란히 입시 굴레에 갇히는 쪽으로 내몰기만 하겠지요.




“‘소비자는 왕’이라는 건 좀 지나친 것 같은데?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거든.” (55쪽)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국가가 교육에 돈을 덜 투자해 왔단다. 국가가 할 일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사립학교도 많고 학원비 등에 돈도 많이 들어.” (61쪽)


“노동조합이 적은 나라일수록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노동자 가운데 약 15%가 최저임금 노동자이죠.” (179쪽)



  《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사전》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루기도 하고 ‘마을공동체’와 ‘생활협동조합’과 ‘도시 재개발’과 ‘문화 공공성’을 다루기도 합니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교육과 문화에 제대로 나랏돈을 안 쓴 대목을 찬찬히 따지면서 어린이한테 알려주기도 합니다. ‘전쟁’과 ‘냉전’과 ‘난민’과 ‘올림픽과 월드컵’도 다루면서 한국을 비롯한 지구별 여러 나라 정부가 썩 슬기롭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사회를 다스리는 대목을 나무라기도 합니다. ‘언론 자유’와 ‘수도권 집중화’와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도 다루지요.


  ‘노동’을 다룰 적에는 우리가 저마다 소비자이면서 노동자라는 대목을 일깨우고, 노동조합이 어떤 구실을 하는가를 제대로 밝혀서 이야기해 줍니다. ‘전교조’라고 하는 교사 모임은 어떤 일을 하는가도 꾸밈없이 밝혀서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의식 있는 사람으로 크는 것이 두려운 걸 거야. 아직도 일부 권력자들은 학생들이 로봇처럼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고 있어.” (77쪽)



  아이들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길드는 사람이 아니라, 어른들이 어설피 엮은 사회를 새롭게 가꾸는 슬기를 꽃피우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꿈을 꾸는 어른으로 자라는 어린이일 때에, 이 어린이가 참다운 민주와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살찌우는 일을 하리라 봅니다. 꿈을 사랑스레 꾸는 어른으로 자라는 어린이일 때에, 이 어린이가 서로 돕는 어깨동무를 기쁨으로 할 만하리라 봅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은 ‘전쟁무기를 키우는 정책에 힘을 쏟는 어른’이 아니라 ‘마을살림을 가꾸며 두레와 품앗이를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차갑고 메마른 정치나 행정이나 문화나 경제에 얽매이는 어른이 아니라, 따스하고 넉넉한 살림짓기와 사회짓기와 집짓기에 온힘을 쏟는 어른이 되어야지 싶어요.




“그러나 그 다음에 군사 쿠테타를 일으켜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지. 나중에는 아예 시민들이 대통령을 뽑지 못하게 하고 체육관에서 몇몇이 대통령을 뽑게 했는데 늘 지지율이 99%를 넘었단다. 그것을 유신체제라고 해.” “그때는 대통령 비판만 해도 막 잡혀갔다면서요?” “뭐야, 북한하고 뭐가 달라?” … “아, 그 다음에 또다시 군인이 무력으로 권력을 잡았죠? 광주에서 그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하면서.” (129쪽)



  역사는 우리가 짓는 길대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오늘 어른인 우리들이 슬기롭게 살림을 가꾸면서 아이들을 사랑스레 가르친다면, 우리 역사는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러운 쪽으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오늘 어른인 우리들이 슬기롭지 못한데다가 사랑스럽지도 못하다면, 우리 역사는 슬기와 사랑하고는 동떨어진 벼랑으로 내몰리리라 봅니다.


  왜 지난날 임금님과 사대부나 지식인은 신분과 계급으로 사람들을 가르면서 정치를 했을까요? 왜 남북녘 정부는 전쟁무기를 키워서 끔찍한 전쟁을 벌였을까요? 왜 1961년에 군사 쿠테타가 일어났을까요? 왜 서슬 퍼런 군사 독재가 오래도록 이어졌을까요? 왜 군사 독재자는 사람들을 끔찍하게 죽였을까요? 왜 오늘날에는 막개발하고 사회불평등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평등하지 못한 사회에 민주나 평화가 깃들 수 있을까요?


  오늘 어른인 우리들이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오늘 우리 곁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오늘 어른인 우리부터 사회를 올바로 바라볼 때에, 오늘 우리 곁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사회를 올바로 바라보리라 느낍니다.




“하지만 만일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위한 경기장을 짓기 위해 병원이나 학교를 짓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래? 혹은 관광객을 위한 시설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사는 집을 부수겠다고 한다면? … 최근에도 단 2주간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가리왕산의 5백년 원시림이 파괴되었어.” (206∼207쪽)



  돈을 벌어야 잘 놀 수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도 마음이 너그럽거나 넉넉하지 않으면 잘 놀지 못하고 즐겁게 놀지 못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경제성장을 해야 우리가 잘 살 수 있지 않다고 느껴요. 경제성장에 정부가 온힘을 쏟는다고 하지만, 막상 경제성장에만 온힘을 쏟을 뿐 ‘사람들 살림살이’하고 ‘마을 보금자리’에는 거의 힘을 안 쏟는 사회 얼거리가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돈으로 ‘소비’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여가·여행·문화·예술·복지’가 되지 않습니다. 즐겁게 일하고 놀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일 때에 그야말로 즐거울 수 있습니다.


  아이한테 ‘놀이’와 ‘소비’를 슬기롭게 가르칠 때에 아이는 사회를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깨달으리라 봅니다. 오늘 우리 곁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기쁘게 놀면서 맑은 마음으로 자랄 수 있어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봅니다.


  어려서 놀지 못하고 시험공부와 입시경쟁에 목이 매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어떤 사회를 이루려 할까요? 놀지 못한 채 ‘경쟁’만 하고 ‘소비’만 하던 아이가 어른이 된 탓에 국정교과서 말썽이나 테러방지법 말썽을 빚는 몸짓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소비가 아닌 놀이일 때에는 동무끼리 서로 아낍니다. 소비가 아닌 놀이에는 신분도 계급도 없이 어깨동무입니다. 소비가 아닌 놀이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린이 사회’를 나눔과 사랑과 돌봄과 평화와 민주와 자유와 평동으로 가꾸는 슬기로운 마음을 다스립니다. 《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사전》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어린이도 어른도 함께 ‘생각을 열면’서 아름다운 살림과 삶을 열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3.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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