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14] 리본, 댕기
옛날에는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도 머리카락을 땋아서 ‘댕기’를 달았어요. 댕기라고 하는 끈은 가시내만 쓰지 않았어요. 옛날에는 누구나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었기에, 가시내도 사내도 머리카락을 땋을 줄 알았고, ‘머리땋기’는 ‘실닿기’라든지 ‘짚땋기’로도 이어져요. 머리카락을 손수 땋듯이 바구니나 소쿠리나 돗자리를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넉넉히 짤 수 있던 살림이에요. ‘댕기’는 머리 끝을 여밀 뿐 아니라 곱게 꾸미는 구실을 하는 헝겊이나 끈을 가리켜요. 영어 ‘리본’도 으레 이런 구실을 하지요. 다만, 영어 ‘리본’은 리듬체조라고 하는 데에서도 말하고, 띠처럼 생긴 것을 가리키는 데에서도 써요. 그래서 리듬체조에서는 ‘끈’이나 ‘긴끈’이나 ‘긴띠’나 ‘막대띠’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고, 여느 자리에서는 ‘댕기·끈·띠’를 알맞게 살펴서 갈무리할 만합니다. 영어이든 한국말이든 온누리 어떤 말이든, 스스로 잘 살려서 써야 쓰임새를 넓히고 새로운 뜻이나 느낌이 깃들어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것이나 문화라고 해서 반드시 영어로만 써야 하지 않는 줄 깨달을 수 있기를 빌어요. 4349.1.3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