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열린어린이 그림책 16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최순희 옮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 열린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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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3



두 칸 오두막에서 열두 사람이 살림을 짓다가

―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노니 호그로기안 그림

 최순희 옮김

 열린어린이 펴냄, 2007.7.13. 8800원



  내가 오늘 곁님이랑 두 아이하고 건사하는 시골집을 돌아봅니다. 이 시골집은 열일곱 평입니다. 마당하고 뒷밭은 백쉰 평 즈음 됩니다. 시골에서는 그리 넓거나 크지 않은 집이라 할 만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누리는 마당이나 뒤꼍을 도시 살림살이로 헤아리면 퍽 넓다고 할 만합니다. 집은 조그맣더라도 마당이 있어서 하늘바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평상을 놓습니다. 빨랫줄을 드리우고, 이불을 넉넉히 널 만합니다. 마당에는 나무가 자라고, 뒤꼍에는 씨앗을 심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뒤꼍 한쪽에 흙놀이터를 마련해서 아침저녁으로 온몸에 흙을 뒤집어쓰면서 놉니다.


  오늘 우리는 네 사람이 이 집에 깃드는데, 우리가 이 집에 깃들기 앞서 옛날에는 열 사람이 넘게 이 집을 보금자리로 삼아서 지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집 바깥에서 일을 하고 놀다가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을 적에는 집으로 들어왔을 테니까, 열뿐 아니라 열둘이나 열넷도 이 집을 보금자리로 누릴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작으면서도 얼마든지 너른 집이 될 수 있고,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보금자리를 이루는 살림집이 모여서 오순도순 이쁜 마을이 이루어진다고 느껴요.




분홍빛 히스 핀 들녘에 작은 집 있었네. 안방과 건넌방 두 칸 오두막이었다네. 라키 맥클라클란과 그 아내, 열 명이나 되는 아들딸 옹기종기 오두막에 모여 살았네. (3쪽)



  1965년에 처음 나온 자그마한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열린어린이,2007)을 읽습니다. 소르카 닉 리오하스 님이 글을 쓰고, 노니 호그로기안 님이 그림을 빚습니다. 이 그림책을 빚은 두 사람은 ‘옛사람(선조)한테 이 책을 바친다’는 말을 책머리에 적어요. 이 말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책을 넘깁니다. 고작 두 칸짜리 자그마한 오두막에 열 아이에다가 어른 둘, 모두 열두 사람이 살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흘러요. 그런데 이 집 아버지는 나그네를 볼 적마다 “여기 방 넓다오” 하고 외쳤대요. “한 사람 더 들어올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외쳤대요.


  이 외침말을 들은 나그네는 하나둘 이 작은 집에 모였고, 그야말로 집안에 들썩들썩 날마다 즐겁고 신나게 이야기잔치와 노래잔치가 벌어졌대요. 바다 건너 저 먼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삶을 누렸구나 싶은데, 우리 겨레도 나그네를 그냥 떠나 보내지 않던 살림이었어요. 작은 집에 작은 밥상이라지만 함께 둘러앉아서 함께 밥술을 들면서 함께 이야기를 지폈어요.



오두막 앞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라키는 소리쳐 불렀네. “여기 방 넓다오. 아, 어서들 와요! 한 사람 더 와도 돼요. 한 사람 더 들어올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오!” (4쪽)




  오늘날 우리는 어떤 살림살이를 누리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서로 이웃이 되면서 어우러질 만한 살림살이가 될까요? 나그네도 길손도 서로 이웃이 될 수 있을 만한 살림살이가 될까요? 넉넉하고 커다란 집을 누리면서 이웃을 넉넉하고 커다란 마음으로 맞아들이는 살림살이가 될까요? 작고 좁은 집을 누리면서 이웃을 좀처럼 못 사귀는 작고 좁은 살림살이가 될까요? 큰 마음 큰 살림일까요, 작은 마음 작은 살림일까요?


  몸을 누이는 자리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살을 맞대고 누우면 한 사람이 더 들어설 만합니다. 여름에는 살을 맞대고 자면 덥겠지만, 겨울에는 살을 맞대고 자면 따뜻할 테고요.


  작은 집에 열이 넘는 사람이 모여서 살면 비좁다고 할 테지만, 이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깔깔 하하 이야기꽃을 피울 테고, 서로서로 힘을 모으면 집안일이나 집밖일 모두 한결 훌륭하거나 기운차게 해낼 테지요. 밭을 갈든 논을 일구든 더욱 씩씩하고 멋지게 해낼 만해요.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을 보면, 열두 사람에다가 나그네도 잔뜩 모인 작은 집은 그만 와르르 무너집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작은 집에 모여들어서 지냈기 때문입니다. 집이 무너지니 다들 어리벙벙하고 마는데, 이윽고 넋을 차립니다. 자, 이 사람들은 이 ‘무너진 작은 집’에서 무엇을 할까요?



히스 핀 언덕에 주저앉아 한숨만 푹푹, 불평만 투덜투덜. 그러다 일제히 외쳤네. “한숨과 불평은 이제 그만! 라키 맥클라클란과 그의 아내와 아들딸들에게 멋진 새 집을 지어 줍시다.” (19쪽)




  작은 집에 모여서 즐겁게 삶을 누리면서 날마다 잔치 같은 기쁨을 나누던 사람들은 ‘새 집을 짓자’고 뜻을 모읍니다. 무너진 작은 집을 아쉬워하지 말고, 이제 이 모든 사람이 넉넉히 깃들면서 어우러질 만한 ‘크고 아늑한 새 집’을 짓기로 해요. 열두 사람에다가 나그네도 잔뜩 있으니 돌을 나르거나 나무를 베어 옮기기도 수월하겠지요? 한쪽에서는 신나게 집을 짓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나게 밥을 짓겠지요?


  집을 지으면서 새롭게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밥을 지으면서 새삼스레 노래가 터져나옵니다. 일하면서 노래하고 웃어요. 밥을 먹으면서 노래하고 웃지요. 기쁨과 보람과 자랑과 뿌듯함이 물결칩니다. 사랑스러운 살림살이가 새롭게 퍼집니다. 처음부터 이 보금자리에 깃들던 사람들도, 이 보금자리를 홀가분하게 드나들면서 웃음꽃하고 노래잔치를 이루던 사람들도, 새로운 집을 바라보면서 어깨춤을 추어요.


  두레란 아주 쉬운 데에서 실마리를 찾는구나 싶어요. 서로 돕는 살림이란 아주 작은 데에서 비롯하지 싶어요. 함께 짓는 하루이기에 즐거워요. 같이 나누는 살림이기에 기뻐요. 우리 겨레도 이웃 겨레도 지구별 모든 겨레도 예부터 서로 돕고 아끼고 사랑하고 북돋우면서 마을을 짓고 꿈을 가꾸었으리라 생각해요. 참말 온누리에서 가장 넓고 커다라면서 즐거운 집살림을 일구면서 말이지요. 2016.3.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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