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08] 놀림감
짓궂은 아이가 여린 아이를 놀려요. 짓궂은 아이는 센 아이를 놀리지 않아요. 센 아이를 잘못 놀렸다가는 그만 큰코를 다칠 테니까요. 여린 아이는
‘놀림감’이 되어도 좀처럼 맞서지 않아요. 여린 아이는 놀림감이 되면 더 ‘놀림거리’가 되곤 해요. 한 아이가 놀리고 두 아이가 놀리지요.
처음에는 장난이었을 텐데 어느새 거의 모든 아이가 따돌림을 하듯이 놀려요. 나중에는 여린 아이한테 붙인 ‘놀림말’이 이 아이 이름처럼 되고
말아요. 짓궂은 아이는 왜 여린 아이를 놀리려 할까요? 어쩌면 짓궂은 아이도 어디에선가 놀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받았기에 이 아픔이나 생채기나
응어리를 다른 아이한테 풀려고 하지는 않을까요?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여린 아이를 놀리는 일은 없어요.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사랑으로
하루를 누리는 아이가 여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하거나 괴롭거나 슬픈 아이를 함부로 놀리거나 따돌려야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을 받기에 여린 동무한테
사랑스러운 손길을 내밀고, 따스한 보살핌이 얼마나 기쁜가를 알기에 여린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려 하겠지요. 짓궂은 아이를 가만히 살피면 다른 짓궂은
아이나 어른한테서 모질게 ‘놀림’을 받은 나머지 놀림쟁이나 놀림꾸러기 짓을 하는구나 싶어요. 2016.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