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 돈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3
이시백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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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글을 손질해서 새롭게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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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91


돈은 그저 돈이에요
―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이시백·제윤경·박성준·박권일·강신주·송승훈 글
 철수와영희 펴냄, 2012.3.24. 12000원


  책방에서는 책을 팔기도 하면서, 책에 담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기 마련입니다. 책방은 예나 이제나 책만 팔지 않습니다. 책과 얽힌 사람들 삶을 함께 보여줍니다. 커다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는 이들 커다란 책방과 얽힌 사람들 삶을 보여줍니다. 조그마한 마을에 깃든 조그마한 책방에서는 이들 조그마한 책방과 얽힌 사람들 삶을 보여줍니다.

  어느 책방이든 삶을 보여줍니다. 어느 책방에서든 삶을 읽습니다. 사람들은 큰책방을 다니면서 큰책방 삶과 익숙해지고, 큰책방 삶을 시나브로 받아들입니다. 사람들은 작은책방을 다닐 때에는 작은책방 삶과 가까워지며, 작은책방 삶을 천천히 맞아들입니다.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달동네 이웃들 삶을 내 살결로 받아들입니다. 서울 강아랫마을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서울 강아랫마을 아파트 이웃들 삶을 내 숨결로 맞아들여요.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찾는 삶이요, 누구나 스스로 일구는 삶입니다. 어떤 이는 이쪽 자리에 서고, 어떤 이는 저쪽 자리에 섭니다. 저마다 이웃하는 삶이 다르기에 저마다 생각하는 삶이 다릅니다. 저마다 누리는 삶이 다른 만큼, 저마다 깨닫거나 알아채는 삶이 달라요.


.. 우리 나라에서 농민들이 1년 내내 열심히 농사지어서 받는 돈이 쌀 한 가마니당 20만 원이에요. 이에 비해 앞으로 수입될 미국 쌀의 예상 가격은 1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여러분이라면 마트에 두 개의 쌀이 동시에 진열되어 있을 때 어느 쌀을 사 먹겠습니까 ..  (25쪽)


  오늘날 학교에서는 ‘돈’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학문’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마을’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어린이’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아이키우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아이낳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집안일’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를 다닌 적 있다면 하나하나 느끼리라 보는데, 학교에서는 어느 하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오직 교과서를 읽히고 시험을 치르며 점수를 따집니다. 학교에서는 다 다른 아이들을 다 다른 삶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짝꿍을 살가이 품에 안거나 어깨동무하도록 이끌지 않습니다.

  학교를 오래 다닐수록 착한 삶하고 멀어집니다. 학교를 많이 다닐수록 참다운 사랑하고 등집니다. 학교를 자꾸 다닐수록 고운 꿈하고 등돌립니다.


.. 우리는 점점 돈에 대해 헷갈리는 세상을 살다 보니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 돈 많은 친구가 당연히 부럽죠 … 처음엔 제 아이도 그랬습니다. 누구는 얼마 받고 누구는 어떤 옷을 입고……. 그러다 용돈을 스스로 결정해서 쓰면서부터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제 아이는 나이키니 뭐니 하는 브랜드를 잘 몰라요.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냥 자기 필요에 따라 돈을 쓰면서 그 자체에 만족했거든요. 자기는 원하는 걸 계획을 세워서 가지니까 즐거운 거예요 … 원래 돈을 벌려는 이유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잖아요. 그렇다면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번 돈은 우리가 가장 행복해지는 방식으로 잘 쓰면 되겠죠 ..  (57, 61, 69쪽)


  학교에서는 흙이나 물이나 바람이나 햇볕이나 목숨을 가르치지도 않지만, 이 모두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스스로 밥을 지을 줄 모르지만, 스스로 ‘밥이 되는 곡식이나 열매’를 거둘 줄 모르기도 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스스로 옷을 지을 줄 모르지만, 스스로 ‘옷으로 지을 감’을 어떻게 얻거나 마련해야 하는가를 모르기도 합니다.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에서조차 ‘삶·사랑·꿈’ 어느 한 가지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대학생쯤 되면 남녀가 끼리끼리 어울려 살섞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만, 살을 섞으려 할 뿐, 막상 사랑을 꽃피우거나 나누지 못합니다. 이제껏 겪거나 배우거나 받거나 나누지 못하던 사랑을 하루아침에 ‘열아홉 스물’이 됐대서 즐거이 누리지는 못하니까요.

  학교는 무언가 배우거나 가르치는 곳이라 하지만, 나로서는 학교에서는 어느 하나 배우지 못하고 가르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쳐야 좋을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좋을까요. 아이들은 맨 먼저 무엇을 배워야 좋을까요. 아이들한테 맨 먼저 무엇을 가르쳐야 좋을까요.

  초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아이들은 무엇보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익히며 ‘꿈’을 키우는 길을 살펴야 하리라 느낍니다. 삶을 가르칠 때에 교사요, 사랑을 물려줄 때에 어버이가 되며, 꿈을 살피도록 이끌 때에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밥’이든 ‘옷’이든 ‘집’이든 ‘일’이든 ‘돈’이든 ‘몸’이든 무엇이든 이야기할 틀을 마련한다고 느낍니다.


.. 전쟁을 통해 ‘전쟁 상인’들이 버는 돈은 어디서 올까요? 자기 돈으로 전쟁을 할까요?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세금에서 나옵니다 … 우리가 대학에 가는 이유는 나중에 졸업해서 자기 노동력을 비싸게 팔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하면, 더 나은 조건 즉, 월급 더 받으려고 대학을 갑니다 … 서울대학교에 갔다고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이 되었다고 좋은 상품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얘기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  (95, 162, 171쪽)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교실 셋째 권으로 나온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철수와영희,2012)를 읽습니다. 인문학책방이라 하는 길담서원에서 청소년과 함께 나누는 인문학교실을 연다고 합니다. 서울 아이들은 참 좋겠구나 싶고, 서울 아이들은 이만 한 책쉼터라도 없으면 안 되겠구나 싶습니다. 온통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서울인 만큼, 서울 푸름이들이 푸른 넋과 꿈과 사랑을 오롯이 건사하자면, 어디에서든 숨통을 틀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더 빛나는 삶길을 이야기할 수 있든 없든, 아이들이 참답게 생각하고 스스로 슬기를 빛내는 마당이 있어야 합니다.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교실 이야기가 첫째로 ‘일’이었고, 둘째로 ‘몸’이었으며, 셋째로 ‘돈’입니다. 오늘날 아이들이 도시 삶터에서 먼저 눈길이 갈 만한 이야기대로 다루는구나 싶습니다.

  문득 곰곰이 돌아봅니다. 우리가 일을 모르면 어떻게 될까요? 몸을 모르면 어떤 삶이 될까요? 돈을 모르면 어떤 살림이 될까요? 일이란 무엇이고, 몸이란 무엇이며, 돈이란 무엇일까요?

  기쁨을 찾는 일을 만나는 푸름이인가요? 사랑을 배우는 몸을 다스리는 푸름이인가요? 꿈을 가꾸는 돈을 마주하는 푸름이인가요? 우리 어른들은 푸름이한테 일과 몸과 돈을 어떻게 가르치거나 보여주는가요?


.. ‘로컬 푸드’라는 말 들어 보셨죠. 그렇게 되면 지역 경제도 살리면서 운반에 따르는 에너지 소비량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착한 기업’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아예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거죠. 천규석 선생이나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 같은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소비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이 악순환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이죠 ..  (138쪽)


  돈이란 무엇일까요. 아이들한테 돈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한테 돈이란 무엇일까요.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는 아이들한테 몹시 크게 다가올 만한 이야기라 할 수 있고, 아이들로서는 무척 궁금하게 여길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무엇을 이야기거리로 삼든 삶과 사랑과 꿈을 찬찬히 들려줄 수 있다면 좋은 노릇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는 푸른 아이들 스스로 돈이 무엇이라고 느끼도록 돕는 이야기마당이면서 이야기책이 될까요.

  시골 논밭에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얻는 어른이라면, 이렇게 시골 논밭에서 땀흘려 얻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즐겁고 좋은가 하는 대목을 이야기하면 기쁘리라 생각해요.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쌀값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지만, 이보다는 ‘내 밥을 내가 마련하는 즐거움’을 돈으로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주면 훨씬 기쁘리라 생각해요.

  전쟁 장사꾼이 죽음을 사고파는 일은 ‘군대’라는 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요. 전쟁 장사꾼 몇몇만 나쁜 놈이 되지 않아요. 전쟁 장사꾼과 정치 권력자가 만든 군대라는 틀에 들어가 ‘나라사랑(애국)’을 한다고 외치는 젊은이가 많아요. 이들 젊은이 목소리는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를까요. 이 대목을 짚으면서 이 나라 푸름이가 몇 해 뒤 맞딱뜨려야 할 ‘군 입대’ 이야기를 다룰 수 있으면 참으로 좋으리라 생각해요. ‘나라사랑’을 돈으로 따진다면, 군대와 무기와 전쟁을 돈으로 따진다면, 삶을 북돋우는 복지나 문화를 돈으로 따진다면, 아이들 스스로 아끼며 사랑할 나날을 돈으로 따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대목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아주 좋으리라 생각해요.

  청소년 인문학교실은 좋은 이야기마당이라고 느껴요. 학교에서는 인문학교실이든 이야기마당이든 아예 없잖아요. 학교에서 삶을 이야기하거나 사회를 돌아보는 일이란 없잖아요. 그러니까, 애써 마련한 인문학교실이라 한다면 더 단단히 조이고 더 슬기롭게 가다듬으면 기쁘겠어요. 지식을 물려주거나 지식을 굳히는 인문학교실이 되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삶을 사랑하도록 돕는 인문학교실 얼거리로 거듭나면 반갑겠어요.

  아이한테든 어른한테든 돈이란 그저 돈입니다. 돈은 삶이 아니고, 돈은 사랑이 아니며, 돈은 모두가 되지 않을 뿐더러, 돈은 꿈이나 일이나 빛이 아니에요. 돈은 오직 돈입니다. 삶이기에 삶이고, 사랑이기에 사랑이며, 꿈이기에 꿈이에요. 4345.3.20.불/4349.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청소년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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