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슬란 전기 4 - 만화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다나카 요시키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3



‘종(노예)’이 아닌 ‘동무’가 되는 길

― 아르슬란 전기 4

 다나카 요시키 글

 아라카와 히로무 그림

 김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12.25. 5500원



  만화책 《아르슬란 전기》(학산문화사,2015) 넷째 권에는 ‘아르슬란’이 노예제와 신분제를 더 깊이 느끼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전제군주라 할 사람을 죽였으나 노예들은 오히려 ‘주인님’을 죽였다면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거든요.


  왜 그러한가 하면, 종이 되어서 지내는 이들은 ‘시키는 일’만 하면 밥하고 잠자리를 마음껏 누립니다. 신분하고 계급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종이 되더라도 ‘넉넉한 밥’하고 ‘느긋한 잠자리’라면 고맙습니다. 여기에다가 돈을 몇 푼 얹어 준다면 더욱 고맙지요. 게다가 전제군주 밑을 떠난다 한들 온누리는 온통 싸움터예요. 어디를 가더라도 목숨을 건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곳에서 종살이를 벗어나도 다른 곳에서 사로잡혀서 똑같이 종살이를 해야 하기 마련입니다.



“‘타인에게도 소중한 것이 있다.’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야만인이라고 나르사스가 그랬지.” (34∼35쪽)


“나는 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륜이나 나르사스를 버리고 내가 그대를 선택한들, 다음에는 그대를 버릴 날이 오지 않으리라 어찌 확신할 수 있나?” (49쪽)



  만화책 《아르슬란 전기》에는 피가 튀고 사람이 죽는 싸움터가 나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죽습니다. 그야말로 아주 쉽게 죽고 죽입니다. 목숨을 건 싸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냥 죽어야 합니다.


  오늘날 사회를 돌아보면 칼부림이나 총부림은 드뭅니다. 그렇지만 회사나 공장을 다니면서 일삯(돈)을 벌지 못하면 목숨줄이 쉬 끊어진다고 할 만합니다. 집삯을 치르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나야 하지요. 밥값을 내지 못하면 배를 곯아야 해요. 아르슬란이라는 사람이 살던 지난날에는 전제군주가 있다면, 오늘날 사회에는 돈을 휘두르는 권력자가 있어요. 오롯이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다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미리 말씀드렸다 해도 전하께서 수긍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세상에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생각하였기에 일부러 만류하지 않았습니다.” (75쪽)


“관대한 주인 밑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것, 이만큼 편한 삶은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저 명령만 따르면 집도 음식도 나오니까요. 5년 전의 저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77쪽)



  우리는 서로 동무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로 믿고 아끼면서 보살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로 어깨를 겯고 삶을 짓고 사랑을 지으며 살림을 짓는 동무로 지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싸움이나 전쟁이 아닌, 평화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만화책 《아르슬란 전기》에서 아르슬란이 말하지만, ‘신분’을 따진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서로 동무가 되기 어렵습니다. 같은 신분이나 계급일 때에만 동무가 된다지만, 참말 같은 신분이나 계급일 때에 ‘동무 사이’로 지낼까요? 같은 계급이란 무엇일까요? 다른 신분이란 무엇일까요? 서로 노예 신분이어야 동무로 지낼 만할까요? 서로 임금이나 신하쯤 되어야 동무로 지내는가요?



“정의란 태양이 아니라 별과도 같은 것일지 모릅니다, 전하. 별은 하늘에 수없이 많으며, 서로 빛을 상쇄하고 있지요.” (78쪽)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 만약 내가 싫지 않다면 친구가 되어 줄 수 없겠느냐.” “저는 해방노예의 자식입니다. 친구라니, 전하와 저는 신분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신분을 따진다면 나는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없어!” (182∼183쪽)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는 민주가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권력 꼭대기가 있기 때문이요, 대통령을 둘러싼 크고작은 숱한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건사하는 군대와 전쟁무기라고 하는 권력이 있어요.


  대통령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동엽 님이 쓴 시에 나오는 ‘막걸리를 자전거 꽁무니에 매달고 시인한테 찾아가는 대통령’쯤이 있지 않고서야 민주나 평화란 까마득한 노릇입니다. 청와대에서만 사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는 민주나 평화란 아득한 노릇입니다.


  함께 밥을 먹을 때에 동무입니다. 함께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살림일 때에 동무입니다. 모시는 사람도 다스리는 사람도 섬기는 사람도 거느리는 사람도 없이, 누구나 한손에 호미를 들고 한손에 부엌칼을 쥘 적에 비로소 평화와 평등과 민주가 자랄 수 있다고 느낍니다. 4349.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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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ey 2016-01-3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어요!
그리고 제 친구신청 좀 받아주세요.

숲노래 2016-01-31 07:23   좋아요 0 | URL
2권은 살짝 재미없었지만 3권 끝자락과 4권으로 접어드니
다시 재미가 살아났습니다 ^^;;

알라딘서재에서는
친구는
신청만 하시면 서로 친구가 되어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