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13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2



“아빠는 이담에 크면 뭐 해?”

― 요츠바랑! 13

 아즈마 키요히코 글·그림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6.1.10. 5200원



  2016년 1월에 한국말로 나온 《요츠바랑!》(대원씨아이) 열셋째 권을 읽다가 문득 이 만화책 첫째 권을 떠올립니다. 《요츠바랑!》 첫째 권은 2004년에 나왔습니다. 어느덧 열두 해가 흐르는군요. 그런데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는 열두 해 앞서나 이제나 거의 같습니다. 만화책 한 권을 통틀어서 헤아린다면, 만화책 한 권으로 ‘하루’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고, ‘이틀이나 사흘’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지난 열 몇 해에 걸쳐서 열세 권이 나왔다 하더라도,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 ‘요츠바’는 그때나 이제나 엇비슷하다고 할 만합니다.


  《요츠바랑!》 첫째 권이 나올 무렵 우리 집 큰아이는 아직 안 태어났지만, 이제 우리 집 큰아이는 이 만화책을 재미있다고 여길 만한 나이까지 자랍니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어느덧 ‘요츠바’하고 엇비슷한 나이로 자랍니다. 앞으로 이 만화책이 몇 권까지 나올는지 모르겠는데, 꾸준히 나오고 나와서 스무 권쯤 나올 때가 된다면, 어쩌면 우리 집 작은아이가 스무 살이 넘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같이 모래놀이 하러 가고 싶다’고 해 봐!” “지금 좀 바쁘니까 담에 가자.” “엥? 엥? 에엥! 아빠는 모래놀이에 소질 있으면서.” (24∼25쪽)


“요츠바는 이담에 크면 뭐 할 건데?” “캠프.” “캠프가 재밌긴 했었지.” “아니면 우동 가게나 빵 가게! 아니면 요술쟁이나 주부.” “다양하네. 빵 가게는 처음 듣는걸.” “그치만 우동 먹고 싶은 날도 있고, 빵 먹고 싶은 날도 있잖아. 해파리 만들어 줘. 아빠는 이담에 크면 뭐 할 거야?” “응?” (57쪽)



  만화책 《요츠바랑!》에는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이야기가 나와요. 요츠바라는 아이가 아버지랑 둘이 살면서 만나는 이웃 이야기가 수수하게 나오고요. 요츠바라는 아이가 때로는 심심하게 때로는 재미나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누리는 하루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웃 언니나 아주머니하고 노는 이야기가 만화책에 흐릅니다. 아버지랑 밥을 먹고나 몸을 씻으면서 나누는 짤막한 이야기가 흘러요. 열셋째 권에서는 먼 데에서 찾아온 할머니 이야기가 흘러요.


  그나저나 요츠바는 아버지한테 “아빠는 이담에 크면 뭐 할” 생각이냐고 묻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아버지는 요츠바한테 무엇을 하고 싶다 하는 말을 딱히 안 합니다. 아니, 어쩌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모르나, 수다쟁이 요츠바가 혼자 신나게 말을 이어요.


  이 대목에서 우리 집 아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나한테 “아버지는 이담에 크면 뭐 할래?” 하고 묻는다면, 우리 집 아이들은 아버지가 이 물음에 대꾸를 할 때까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끝없이 묻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어떤 말을 들려줄는지 궁금하니까 끝없이 묻지요. 나는 아이들이 묻는 말에 깊이 생각하고 곰곰이 헤아리면서 말합니다. 때로는 곧바로 말하다가 나중에 더 생각해 보고서 다시 말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만 무럭무럭 자라지 않고 어른도 무럭무럭 자라니까요. 아이 못지않게 어른도 몸이며 마음이 새롭게 자라니까요.



“왜? 무서운 꿈 꿨냐?” “꿈, 꿈은 꿨어. 두랄루민이랑, 어라? 까먹었어.” (71쪽)


“이거 요츠바가 만들었니?” “응! 할머니 온다고 그래서!” “그랬니? 고맙다. 요츠바 마음씨가 참 곱기도 해라.” (92쪽)



  만화책 《요츠바랑!》이 아니어도 우리 집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수수한 하루야말로 온갖 이야기가 흐르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달력이나 일기장에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했는가를 적바림하지 않으면 어영부영 잊으면서 지나가기 일쑤가 되지만, 달력이나 일기장에 오늘 하루 누린 기쁨과 재미와 보람을 가만히 적바림하면, 내 발자국은 어느덧 아름답고 알차며 신나는 삶이었네 하고 돌아볼 만해요.


  아이도 꿈을 꾸고, 어른도 꿈을 꾼다고 할 수 있지요. 아니, 아이만 꿈을 꾸는 삶이 아니라, 어른도 꿈을 꾸는 삶이라고 느껴요. 어른으로서 나부터 즐겁게 꿈을 꿀 때에 아이들한테도 즐겁게 꿈을 꾸는 길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면서 가르칠 수 있어요. 어른으로서 나부터 꿈을 즐겁게 꾸지 않으면, 아이들한테 아무런 꿈을 못 보여주고 못 들려주고 못 알려줄 뿐 아니라 못 가르치는구나 하고 온몸으로 느낍니다.



“할머니네 집에 있었을 때는, 맨날 아침마다 이 슥삭슥삭 소리가 들려서 좋았어!” “그럼 앞으로 요츠바가 이 소릴 내렴.” (122쪽)


“고맙지만 날씨가 좋아도 가 봐야 한답니다.” “그럴수가. 우우우. 우우우우.” “또 선물 갖고 올게.” “선물 같은 거 없어도 돼.” (196∼198쪽)



  아이들을 보러 오는 손님이 아이한테 꼭 선물을 해 주어야 아이들이 기뻐하지 않아요. 선물을 한다고 할 적에 값비싸거나 값진 것을 주어야 하지 않아요. 연필 한 자루나 지우개 하나라도 아이들은 ‘나(아이)를 사랑해 주는 분’ 손길이나 숨결이 깃든 것으로 여기면서 알뜰히 품습니다. 사랑을 받아서 사랑으로 자라는 아이들이기에, 대단한 선물이 아니라 고운 사랑을 바라요. 사랑을 먹으면서 사랑으로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이기에, 더 큰 선물이 아니라 넉넉하고 따순 사랑을 반겨요.


  함께 놀 수 있어서 기뻐하는 아이들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서 활짝 웃는 아이들입니다. 같이 밥상맡에 둘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까르르 웃으며 춤추는 아이들입니다. 새롭게 나들이를 다니고, 살가이 손을 잡기에 언제나 노래를 부르면서 놀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만화책 《요츠바랑!》에 나오듯이 우리 삶도 무척 수수하기 마련이지 싶어요. 이 수수한 삶에서 모든 기쁨을 곱게 길어올릴 수 있지 싶어요. 수수하기에 아름답고 수수하기에 즐겁지 싶어요. 수수하기에 사랑스럽고 수수하기에 재미나지 싶어요. 그래서 나뭇가지 하나로도 신나게 놀 수 있듯이, 100원 한 닢으로도 해맑게 웃을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음이 되느냐에 따라서 어떤 살림이 되느냐가 달라질 테고,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느냐에 따라서 어떤 꿈을 이루느냐가 달라질 테지요. 나도 아이들처럼 ‘이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는 하루가 흘러갑니다.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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