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88] 튄공, 뜬공



  장갑이나 방망이가 없어도 공이 있으면 ‘공놀이’를 합니다. 나무막대기를 줍고, 저마다 모자를 장갑으로 삼으며, 모자가 없으면 맨손으로 공을 받거나 잡습니다. 커다란 공을 땅바닥에서 굴리며 차는 공놀이는 ‘공차기’이고, 작은 공을 서로 던지고 치면서 하는 공놀이는 ‘공치기’나 ‘공받기’예요. 어른들은 ‘야구’라는 이름으로 가리키는 공받기나 공치기가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방송에서 보여주던 무렵에는 ‘그라운드볼’이나 ‘플라이볼’ 같은 영어를 흔히 썼는데, 요새는 ‘땅볼’이나 ‘뜬공’이라고 고쳐서 써요. 높이 뜬 공이라 ‘뜬공’이니 땅바닥을 구르는 공은 ‘땅공’이라 해도 될 텐데 ‘땅볼’이라 하니 살짝 아쉬워요. 그러고 보면, 공을 동그란 데에 넣는 ‘공넣기(농구)’에서는 동그란 데에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잡을 적에 ‘리바운드’라는 영어를 ‘튄공’으로 고쳐서 써요. 저쪽 사람이 가진 공을 가로채면 ‘가로채기’라 하지요. 손으로 공을 때려서 그물을 넘기는 놀이인 ‘공때리기(배구)’에서는 ‘블로킹’이라는 영어를 ‘가로막기’로 고쳐서 쓰고요. 저쪽 사람이 때린 공을 걷어내면 ‘걷어내기’일 텐데 이 말은 아직 ‘디그’라고만 해요. 앞으로 더 많은 말을 더 재미나고 알맞게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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