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층침대를 들인다면



  며칠 앞서 줄자로 방너비하고 방높이를 쟀다. 아직 살림돈이 없기 때문에 집안에 두층침대를 들이지 못하지만, 두층침대를 들인다고 하면, 네 식구가 자는 방에서 너비는 반이 살짝 넘고, 길이로는 끝벽에 붙인 옷장 문을 여닫을 만큼 남는다. 천장은 40센티미터가 남는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는 아이는 아침에 멋모르고 일어섰다가 천장(중천장)에 머리를 콩 박아야 한다. 두층침대를 집안에 들인다면, 중천장을 뜯거나 한쪽을 잘라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두층침대를 언제 들일 수 있는지 모르지만, 두층침대를 들인다면 그때부터는 이 방에서 셋만 누울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잠을 자는 기쁨도 더 누리지 못하리라. 아이들은 스스로 이불깃을 잘 여미면서 자야 할 테고, 여러모로 살림이랑 삶이 많이 바뀌겠네. 한 시간마다 잠자리를 살피며 이불깃을 여미다가 문득문득 우리 집 살림이 바뀔 모습을 가만히 그려 본다.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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