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약 約


 약 두 시간 동안 → 거의 두 시간 동안

 약 2만 명에 이른다 → 얼추 2만 명에 이른다

 약 5초 후에 → 한 5초 뒤에

 약 십만 원은 아닐까 → 어림잡아 십만 원은 아닐까

 한 이개월은 걸린 듯해 → 어림해서 두 달은 걸린 듯해


  ‘약(約)’은 “‘대강’, ‘대략’의 뜻으로, 그 수량에 가까운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강(大綱)’은 “1. 자세하지 않은,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 ‘요지’, ‘줄거리’로 순화 2.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를 뜻하고, ‘대략(大略)’은 “1. 대충 줄거리만 추려서 2.대충 어림잡아서”를 뜻한다고 해요. 그리고 ‘대충(大總)’은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를 뜻한다고 합니다.


  ‘대강’은 첫째 뜻이 ‘줄거리’로 고쳐써야 한다는데 ‘대략’하고 거의 비슷하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략’ 뜻풀이를 살피니, “대략 = 대충 + 줄거리 추려서”이거나 “대략 = 대충 + 어림잡아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약 = 대강·대략 = 대충·줄거리 추림·어림잡다 = 대강”이에요. 말풀이가 빙글빙글 돕니다.


  이모저모 살피면, ‘약·대략·대강·대충’은 거의 같거나 비슷하게 쓰는 한자말입니다. 한국말로는 ‘거의·얼추·한·어림잡아·어림하여’입니다. 4349.1.12.불.ㅅㄴㄹ



남북 약 500킬로 규모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거의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얼추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한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어림해서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56쪽


약 한 달 후에

→ 거의 한 달 뒤에

→ 얼추 한 달 뒤에

→ 한 달 즈음 뒤에

→ 한 달쯤 뒤에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232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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