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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카베야 후요우 글 그림, 이유리 옮김 / 산하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604
엄마가 나만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카베야 후요우 글·그림
이유리 옮김
산하 펴냄, 2003.7.14. 8000원
내 어릴 적을 곰곰이 돌아보니, 나는 어릴 적에 꿈을 품으라고 하는 말을 거의 못 들었습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모두 똑같은 말만 들었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공부해. 공부하면 돼.”입니다. 둘레 어른들은 하나같이 ‘공부’부터 해서 ‘대학교’에 가라고 말했고, 대학교를 마친 뒤에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가면 ‘네가 하고픈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어린 나는 ‘내가 하고픈 것’을 오늘 이곳에서 바로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언제가 될는 지 모를 까마득한 앞날까지 공부를 하고 대학교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고 돈을 벌고 …… 그러고 나서 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꿈’이 아닌 ‘공부’만 하라고 일렀어요.
유치원에 갈 때, 이런 걸 타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봐, 휙휙! (4쪽)
카베야 후요우 님이 빚은 그림책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산하,2003)를 읽으면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이 그림책은 아주 어린 동생을 둔 아직 어린 아이가 스스로 꿈을 꾸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로서는 ‘오늘 이곳’에서 ‘하나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꿈으로 꾸고, 이 꿈대로 이루어지기를 애타게 바라요.
이를테면, 유치원에 가는 길에 ‘하늘걸상’을 타고 휙휙 날아가기를 꿈꿉니다. 집에서 키우는 개가 아주 커져서 이 개를 타고는 하늘을 날아서 돌아다니기를 꿈꿉니다. 유치원에서 아주 커다란 케잌을 샛밥으로 주기를 꿈꿉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말고 살아서 늘 함께 놀아 주기를 꿈꿉니다.
우리 집 강아지 치비가 아주 커져서 하늘을 날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치비 등에 타고, 단숨에 날아서 갈 텐데. (8∼9쪽)
꿈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다고 느껴요. 꿈이기에 아름답기도 하고, 이 꿈을 떠올리는 동안 마음에 기쁨이 흐르기에 아름답기도 해요. 꿈을 작은 씨앗 한 톨로 마음에 심기도 하기에 아름다우며, 이 꿈을 이루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씩씩하게 지으니 아름답지요.
그래서 나는 내 어릴 적에 내 둘레 어른들이 나한테 ‘공부’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 ‘꿈’을 품으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어요. 먼저 꿈이 있어야 공부를 하지, 공부부터 하면서 꿈을 품을 수는 없다고 여겼어요. 이루려는 꿈이 있어야, 이 꿈에 맞는 공부를 찾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 꿈이 없는 채 공부만 하다가는 머리통만 너무 커져서 ‘꿈이 없는 몸짓’이 되리라 여겼어요.
어느 모로 보면, 우리 사회에는 꿈이 없는 채 공부만 매달린 사람이 너무 많을는지 몰라요. 곰곰이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는 꿈을 심지 못한 채 공부만 파고든 사람이 지나치게 많을는지 몰라요. 집이든 학교이든 마을이든 아이들이 꿈을 생각하지 못하는 채 공부만 해야 하는 얼거리가 되어 버렸는지 몰라요.
우리 집 목욕탕이 수영장만큼 크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빠, 엄마, 나리, 치비와 함께 다 같이 목욕할 거야. (19쪽)
오늘 나는 우리 집 두 아이하고 꿈을 지으려고 생각을 기울입니다. 아이가 가을에 강냉이를 먹고 싶다고 말하면 가을에도 씨앗을 심습니다. 아이가 흙놀이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어디 흙을 퍼 올 만한 데를 헤아려서 수레를 끌고 아이더러 스스로 흙을 자루에 퍼 담아서 뒤꼍에 흙을 실어 날라서 흙놀이터를 마련하자고 합니다. 이러면서 나도 내 나름대로 새로운 꿈을 하나씩 지어 봅니다. 나 스스로 이루려는 꿈을 종이에 그림으로 그립니다. 내 마음속에서 꿈이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꿈을 그린 종이’, 그러니까 ‘꿈종이’를 아침저녁으로 고요하게 바라봅니다.
엄마가 나만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그러면 말이지, 나는 아주 착한 아이가 될 거야. 동생 나리도 예뻐해 줄 테야. (22쪽)
그림책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는 어린 아이가 어머니 품에 살며시 안겨서 ‘어머니가 나만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살짝 비춥니다. 아이는 하늘도 날고 싶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고, 할아버지하고 놀고 싶고, 케잌도 실컷 먹고 싶고, 이것저것 해 보거나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은데, 이 많은 꿈 가운데 어머니 사랑을 모두 차지하는 나날을 가장 이루고 싶습니다.
자, 이 아이는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 어떤 말로 이 꿈을 곱게 이루는 길을 밝혀 줄까요? 여러 아이를 낳아서 보살피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면서 ‘너를 하늘처럼 땅처럼 사랑한단다’ 하는 뜻을 알려줄 만할까요?
그림책을 덮고 생각한다면, 사랑이란 주고 또 주고 거듭 주고 자꾸 주고 꾸준히 주어도 줄지 않아요. 한 사람한테 주는 사랑이든 온 사람한테 주는 사랑이든 끝이 있을 수 없어요. 큰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이든 작은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이든 ‘둘을 반토막으로 갈라’서 물려주는 사랑이 아니라, 언제나 한 아이를 바라보며 한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입니다. 다 함께 있어서 기쁜 삶이요, 서로 아끼며 마주할 수 있는 살림이기에 사랑이 새로 샘솟습니다. 아이들아, 너희 어버이는 너희를 너희 숨결 그대로 사랑한단다. 너희 마음 그대로, 너희 넋 그대로, 너희 눈빛 그대로 사랑한단다. 434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