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는 손님, 손사래치는 손님



  내가 시골에서 사진책도서관이라고 하는 곳을 꾸리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집에서 놀리는데 한국말사전을 엮는 일도 하고 작은책방을 북돋우는 일도 한다고 해서, 때때로 방송국에서 전화를 건다. 이래저래 방송으로 좀 찍어 보자고들 한다. 지난 2014년에는 여수 문화방송 사람들하고 한 차례 찍었고, 지난 2015년에는 광자 한국방송 사람들하고 한 차례 찍었다. 두 군데 방송국 사람들하고 방송을 찍은 까닭은 이분들이 우리 보금자리에 ‘이웃 손님’으로 찾아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웃 손님’으로 우리 보금자리와 도서관에 찾아오려고 한 이분들은 ‘우리 식구가 괜찮을 때’까지 기다린 끝에 ‘우리 식구한테 가장 좋을 날’로 잡아서 장비를 챙겨서 찾아왔다.


  서울에 있는 방송국에서 찾아오겠다고 하는 연락은 모두 손사래를 쳤다. 서울에 있는 방송국에 있는 분들은 ‘이웃 손님’으로서 찾아오려는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아주 쉬운 일이다. ‘이웃 손님’이나 ‘동무’라 해도 우리 보금자리에 찾아올 적에 “그날 가도 괜찮니?” 하고 물어본다. 그래서 우리 식구가 ‘그날 안 괜찮으’면 그날 안 온다. 우리 식구한테 괜찮은 날을 살펴서 이웃 손님이나 동무가 우리 보금자리에 찾아온다. 우리 식구가 이웃이나 동무한테 찾아갈 적에도 이와 똑같다. 우리 이웃이나 동무한테 ‘괜찮은 날’을 살펴서 물은 뒤에 찾아간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분들은 으레 이 대목을 놓치거나 처음부터 생각을 못 하는구나 싶다. 우리 같은 사람을 ‘한낱 취잿거리’나 ‘고작 취재원’으로 여긴다면, 우리 식구는 그 방송국 일꾼들한테 방송으로 찍힐 마음이 조금도 없다. 이웃이 되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는가? 이웃이 되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마음을 열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멋진 방송’을 찍겠다는 생각은 좀 내려놓고 ‘반가운 이웃’으로 먼저 마음을 열 때에 뭔가 일을 해도 일이 될 테지. 4349.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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