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솜씨



  글은 잘 써야 할까, 잘 쓰지 않아도 될까? 글은 못 써도 될까, 못 쓰지 않아도 될까? 무엇이든 누구나 오랫동안 하다 보면 으레 잘 하기 마련이다. 오래오래 하는 데에도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몸을 똑똑히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못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하고 다시 하고 거듭 하기에 무슨 일이든 잘 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잘 하고 싶다면 오랫동안 하면 된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오랫동안 쓰고 또 쓰며 거듭 쓰면 된다.


  춤을 잘 추고 싶다면 날마다 끝없이 되풀이하면서 오랜 나날에 걸쳐서 꾸준히 해 보면 된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을 적에도 이와 같다. 밥을 잘 짓고 싶다든지 말을 잘 하고 싶을 적에도 이와 같다.


  ‘글을 쓰는 솜씨’를 바라면 글을 오랫동안 쓰면 된다. 다만, 여기에서 하나를 알아야 한다. 글을 잘 쓰면 어떻게 될까? ‘잘 쓴다’는 굴레에 사로잡혀서 더는 나아가지 못한다. ‘잘 쓰는’ 글 말고는 다른 일을 못 하기 일쑤이다. 글을 잘 쓸 수 있은 뒤에는 글 말고도 새롭게 스스로 누리거나 짓거나 맞아들일 만한 놀이나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왜 그러한가 하면, 글을 쓰는 솜씨가 붙으면 스스로 삶으로 겪은 이야기가 없어도 글솜씨를 부릴 수 있다. 줄거리나 알맹이가 없는 채 글솜씨만 뽐낼 수 있다. 글을 쓰는 솜씨는 투박하거나 어수룩하더라도 스스로 삶으로 겪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를 글로 담을 때에 비로소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재미나거나 신나거나 사랑스럽다고 할 만하다.


  글솜씨가 좋거나 훌륭하다고 해서 이야기가 줄거리가 아름답거나 훌륭하지는 않다. 솜씨를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즐거이 삶을 나누려는 사랑이 되려고 쓰는 글이다. 살림살이도 일도 꿈도 모두 이와 같다. 잘 하려고 하는 살림이나 일이나 꿈이 아니다. 즐겁게 가꾸고, 즐거이 하며, 즐거이 품는 삶으로 나아갈 때에 비로소 아름답게 길을 새로 열 수 있다. 4349.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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