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결혼 1
니시 케이코 지음, 최윤정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87



뒤늦게 혼인을 생각하는 언니

― 언니의 결혼 1

 니시 케이코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2.8.25. 8000원



  《남자의 일생》이라는 네 권짜리 만화를 그리기도 한 니시 케이코 님이 그린 《언니의 결혼》이라는 만화책은 어느덧 일곱째 권까지 나옵니다. 《남자의 일생》이라는 만화책은 ‘남자’가 ‘혼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눈길을 좇으려고 한 작품이라면 《언니의 결혼》이라는 만화책은 ‘여자’가 ‘혼인’을 어떻게 맞아들이는가 하는 눈길을 담으려고 한 작품입니다. 다만, 남자나 여자라고 하는 삶을 바라보면서 담으려고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이 만화를 그린 분이 바라보는 생각이고 마음입니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이 만화책에 흐르는 대로 생각하거나 느끼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 그럼 원래 여기 사람이군요. 결혼은 하셨나요?” “아니, 소위 독신귀족. 요즘은 ‘낙오자’라고 하던가?” (10쪽)



  혼자 살든 짝을 짓든 스스로 걷는 길입니다. 혼자 살면서 아이만 낳든 짝을 지어서 아이를 안 낳든 스스로 걷는 길입니다. 어떻게 하려 하는가 하는 대목은 늘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남이 내 하루를 살아 줄 수 없습니다. 남이 내 몫을 맡아서 짝을 짓는다든지 아이를 낳아 줄 수 없습니다. 혼인이란 대리만족이 아니니까요. 이루지 못했다고 여기는 첫사랑을 대리만족하려는 혼인이 될 수 없고, 성욕을 풀려고 하는 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대리만족이나 성욕풀기로 혼인을 할는지 모르지요. 이런 모습도 저마다 다른 삶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나야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애인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으니, 게다가 동창이니 매정하게 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93쪽)


“난 이만 퇴근해야 해서요.” “나도 갈 거예요.” “따라오지.” “나도 이쪽 방향이에요.” “질리지도 않나요?” “난 즐거워요.” “난 아주 곤혹스러워요.” (118쪽)



  아이는 아무나 낳지 못합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아이는 아이를 돌보며 사랑을 물려줄 수 있는 마음이 된 사람이 낳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며 사랑을 물려줄 수 있는 마음이 못 된 채 아이를 낳지 못해요. 그러나 혼인을 했기에 또는 성욕풀이를 하다가 아기를 배기도 하지요. 아기를, 아이를, 새로운 숨결을, 앞으로 새로 태어나 이 땅을 밟을 어린 목숨을 생각하지 않은 채 아기를 배는 어른이 있어요.


  사랑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나는 아이는 기쁠까요? 아이는 그저 태어나기만 해도 기쁠까요? 어쩌면 그러할는지 모르지요. 그렇지만 사랑을 받으면서 태어날 아이요,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날 아이입니다. 어른 사이에서도 그저 한쪽이 몰아세우듯이 ‘나 너 좋아해’ 하면서 짝을 이루거나 혼인할 수 있지 않아요. 아이를 낳을 적이든 어른 사이에 짝을 이룰 적이든, 서로 마음으로 다가서면서 아낄 수 있는 숨결이 될 적에 비로소 ‘사랑’이라는 이름을 쓸 만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쓰기에 비로소 혼인이라고 하는 짝맺기를 하며, 사랑스레 짝을 맺은 삶을 지으면서 아이가 아름다운 ‘사랑 열매’로서 두 어버이한테 찾아옵니다.



“사귈 생각도 없으면서 그런 걸 왜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 건 시간이 지나면 물어보기가 더 어려워진단 말이야.” “그 사람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을 거야.” (166쪽)


‘의사들의 모임에 그런 여자가 혼자 올 리 없고. 그렇게 생긴 여자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이건다. 여보란 듯 날 쫓아다닌 건? 그저 그 사람의 질투를 자극하기 위해? 그럼 난 뭐가 되냔 말이야. 좋아하니 사랑하니, 그런 건 아내한테나 가서 떠들 것이지.’ (183쪽)



  만화책 《언니의 결혼》은 서른 끝자락에 이르도록 혼자 살며 혼자 일하고 혼자 놀던 ‘언니’가 도시에서 시골(고향)로 삶터를 옮기면서 부대껴야 하는 어떤 사내하고 어우러지는 삶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든지 두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는 대목을 짚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두 사람은 ‘사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면 두 사람은 ‘사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직 사랑을 모르는 두 사람일 수 있고, 사랑을 알고 싶은 두 사람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을 배울 마음이 없이 짝만 짓거나 혼인을 하고 싶거나 아기만 낳고 싶을 수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두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으로 지은 대로 삶을 누립니다.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으니까요. 더 낫거나 더 좋은 삶이나 사랑이 아니라, 저마다 다르게 겪으면서 삶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사람 만남’이나 ‘사람 사귐’이라고 할까요. 우리는 누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말을 섞고 하루를 보내면서 내 삶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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