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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 한국어 더빙 수록
크리스 벅 외 감독, 크리스틴 벨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겨울나라 (겨울왕국)
Frozen, 2013
아이들은 놀고 싶다. 아이라면 놀고픈 마음이 무럭무럭 자란다. 놀지 않고 책만 들여다보거나 공부만 해야 한다면, 아이로서 아이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책도 읽을 만하고 공부도 할 만하지만, 놀이가 없는 책이나 공부란 사랑과 꿈이 없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나라(겨울왕국/Frozen)〉에 나오는 두 아이, 엘사와 안나도 놀고 싶다. 그런데 두 아이는 어느 날부터 놀지 못한다. 끝없이 샘솟는 기운으로 자꾸자꾸 더 새롭게 놀고 싶은 안나가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안나는 왜 다쳤을까? 안나로서는 다친다는 생각이 없다. 그래서 눈을 감고 달릴 수 있고, 앞을 안 보면서 달릴 수 있다. 이와 달리 엘사는 마음속에 늘 걱정이 있다. 엘사가 손을 뻗을 때마다 얼음이나 눈이 쏟아져나오는데 이를 ‘억눌러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자칫 제 동생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걱정이 언제나 마음속에서 흐르기 때문에 그만 제 동생이 다친다.
엘사와 안나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엇을 할까? 두 어버이는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님인 터라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할 겨를이 없다. 두 아이는 언제나 둘이 놀아야 하고, 다른 심부름꾼이 밥을 지어 주고 옷을 지어 준다. 어버이가 있어도 어버이 자리를 따스히 보듬지 못하는 터라, 두 아이로서는 둘이 가장 믿고 기댈 수 있는 사이일 수밖에 없는 삶이다.
다친 안나를 고쳐 주는 할아버지 트롤은 엘사한테 ‘얼음손’을 달래거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할아버지 트롤은 ‘능력 조절’을 말할 뿐, 다른 대목을 더 말해 주지 못한다. 이는 엘사와 안나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매한가지이다. 엘사를 둘러싼 어른들은 모두 ‘얼음손은 저주’라고 여긴다.
얼음손인 엘사가 ‘저주’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씨앗이라고 한다면, 엘사를 낳은 어버이도 저주일까? 엘사는 그저 엘사이고, 안나는 그저 안나이다. 어릴 적에 함께 뛰놀며 기쁨을 누리던 엘사한테서 기쁨을 빼앗고 만 어버이는 엘사가 가슴속에 키울 ‘사랑’을 한 번도 가르치지 못했고, 보여주지 못했으며, 알려주지 못했다. 안나도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배우거나 보거나 듣지 못했다. 다만, 안나는 어릴 적에 제 언니하고 놀면서 누린 ‘기쁜 사랑’이 가슴속에 있다.
두 공주님이 이끄는 나라는 “겨울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 두 공주님은 겨울나라를 알고 배웠을 뿐, 여름나라라든지 봄나라는 하나도 모른다. 가을나라는 알까?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네 철이 있어서 한 해를 이루듯, 삶도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찬찬히 흐르는 사랑이 있을 때에 비로소 삶인 줄 알기까지 두 아이는 두 아이 나름대로 가시밭길을 걷는다. 먼저 언니 엘사는 “let it go”를 외친다. 이 말대로 언니 엘사는 가야 한다. 가도록 해야 하고, 스스로 가야 한다. 그러면 무엇을 가도록 하거나 가야 할까. 바로 사랑이 있는 삶이다. 동생 안나는 “open door”하고 “first time in forever”를 외친다. 동생 안나로서는 늘 “닫힌 문”만 보았고, 아무것도 새로운 삶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 안나는 “열린 문”을 이루는 꿈을 키우고, “새롭게 처음 겪는 기쁨”을 누리려는 꿈을 함께 북돋우고 싶다.
이리하여, 동생 안나는 언니 엘사한테서 ‘무시무시해 보이는 얼음손’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고, 어릴 적 그랬듯이 아무 걱정이 없다. 더군다나 처음 보는 이 새로운 모습과 몸짓에 기뻐한다. 언니하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기만 해도 새로우면서 기쁘다. 마음속에 새로움이란 터럭만큼도 키우지 못하고 ‘두려움을 눌러야 한다’는 생각만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만 언니 엘사는 두려움에 떨면서 혼자 동떨어져서 홀로 새 나라를 지으며 비로소 웃었다. 다만, 한몸처럼 사랑하고 아끼는 동생 안나하고 떨어져야 하기에 이 웃음을 나누지 못한다.
바람과 하나가 되고, 바로 여기에 있으면서, 언제나 이곳에서 바람처럼 날아오를 수 있는 마음이기를 바라는 언니 엘사는 제 마음속에 늘 사랑이 있는 줄 나중에 처음으로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 사랑이 ‘얼어붙은 동생 안나’를 깨운다. 동생 안나는 온몸이 얼어붙어도 두려움이 없었다. 저와 언니 사이에 맺는 기쁜 사랑이 하나로 모여서 곱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고, 이 바람대로 언니는 새로운 길을 걷는 눈을 떠서, 둘은 이제 한집에서 한마음으로 웃는 삶을 펼친다.
영화 〈겨울나라〉에 흐르는 이야기는 예쁘다. 다만, 이 예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다 보니 어설프거나 바보스러운 사람이 함께 나오고, 줄거리도 이모저모 엉성하게 꿰어맞출 수밖에 없구나 싶다. 그러나, 삶을 따지고 보면, 사랑을 슬기롭거나 참되게 깨닫기까지 참말 거의 모두로구나 싶은 사람들이 어설프거나 바보스러운 길을 구태여 가시밭길로 걸어가곤 한다. ‘여름을 누리고 싶은 꿈’을 키운 눈사람 아이가 이 영화에 안 나왔다면, 이 영화는 아주 재미없었으리라 느낀다. 꿈을 키우다가 꿈을 이룬 눈사람 아이가 〈겨울나라〉를 이쁘장하게 잘 살려 주었다. 4348.11.1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