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 녹음하기



  포항 문화방송에서 전화가 와서 오늘 저녁에 나오는 라디오 풀그림에 ‘전화 만나보기’를 나누기로 했다. 라디오 사회자가 물어볼 이야기를 편지로 보내 주었기에, 물을 말을 읽고서 대꾸할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보았다. 전화로 말을 나눌 적에 이 글에 적은 이야기를 모두 들려줄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먼저 글로 적어 놓으니 내가 들려줄 말을 한결 차분히 갈무리할 만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글에 살이 더 붙을 텐데, 첫 물음과 대꾸를 옮겨 본다.



※ 앞서 교과서에서도 안 다루고 한국말 사전을 뒤져도 알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 되지 않을까요?


→ 네, 언뜻 보기로는 그럴 수 있어요. 오늘 아침에 시래기를 엮어서 매달았는데요, 요새는 어디에서나 비닐끈으로 시래기를 엮어요. 옛날에는 누구나 짚으로 시래기를 엮었지만, 이제 짚으로 시래기를 엮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왜냐하면 요즈음은 논에서 거두는 나락이 키가 짜리몽땅해서 짚을 쓰기 어렵기도 하고, 기계로 베면서 바로 둥글게 말거든요. 짚으로 지붕을 잇지도 않고, 짚으로 신을 삼지도 않아요. 이런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없고 한국말 사전에서도 다루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번에 쓴 책은 바로 ‘책에는 없으나 삶에는 있는 한국말’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만 읽는 청소년이나 일반인한테는 어려울 수 있고, 삶을 바라보고 생각할 줄 아는 청소년이나 일반인한테에는 ‘참말 그렇구나’ 하고 쉽게 깨달을 만한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오늘날은 책뿐 아니라 방송과 인터넷에 흐르는 ‘글’에 따라 ‘말’이 너무 휘둘립니다. 그래서 말다운 말인지, 알맞은 말인지, 고운 말인지, 슬기로운 말인지, 사랑스러운 말인지 들을 살피는 사람이 차츰 줄면서 ‘책과 표준 문법에 갇힌 글’로 말이 바뀌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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