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노래 5 걷고 또 걷는
길
책순이가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두 손에 쥔 채 걷는 모습을 봅니다. 길에서 이처럼 책을 보며 함부로 걷지 말 노릇이지만,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우리 마을 큰길은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동차 걱정을 하는 길이 아닌 하늘을 보고 숲을 느낄
수 있는 길을 누리고 싶어서 시골살이를 합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숲에서 베푸는 냄새를 맡으며, 흙을 밟는 삶을 짓고 싶어서 시골에서
삽니다. 만화책이 더없이 재미있다는 책순이한테, 얘야 책은 집에서 보기로 하고 이 길을 걸을 적에는 하늘이랑 바람이랑 구름을 보아야 하지
않겠니, 하고 살며시 말을 겁니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