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장(-の 場)



 대화의 장

→ 대화하는 자리

→ 이야기하는 자리

→ 이야기자리

→ 이야기마당

 만남의 장소

→ 만나는 장소

→ 만나는 자리

→ 만남터


  요즘 사회에서 으레 쓰는 말투 가운데 하나로 “만남의 장소”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場 + 所’가 되었습니다만, ‘-所’를 덜고 “만남의 장’처럼 쓰는 분도 더러 있어요. 으레 ‘-의 場’이라고 하다 보니 이 말투가 익숙해서 이처럼 쓴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말투는 방송과 신문을 거쳐 온나라로 구석구석 퍼졌으며, 이러한 말투를 잘못이라거나 얄궂다고 느끼는 사람이 몹시 드뭅니다.


  ‘장(場)’ “어떤 일이 행하여지는 곳”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곳’이요, ‘자리’나 ‘터’라 할 만하고, 때로는 ‘마당’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하는 자리 . (무엇) + 자리 . (무엇) + 터


  곰곰이 돌아보면, “학문의 장”이든 “대화의 장”이든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에서는 책을 펴내면서 앞에 붙이는 ‘추천글’을 ‘推薦の言’이라 붙이고, 고맙다고 밝히는 글을 ‘感謝の言’이라 붙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對話の場’으로 적으니, 이와 같은 일본 말투를 우리 스스로 제대로 깨달아야 할 텐데, 아무래도 이런 바깥 말투를 곰곰이 살피는 분이 너무 적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책을 읽으면서도 못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어딘가 얄궂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나머지 “추천의 글”이나 “추천의 말”이나 “감사의 말”처럼 엉뚱한 일본 말투를 쓰는 분이 참 많습니다.


  한자말을 쓰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쓴다면, ‘사업장’이나 ‘회의장’이나 ‘운동장’처럼 씁니다. “사업의 장”이나 “회의의 장”이나 “운동의 장”이 아니지요. 학문이나 대화를 한다고 하면 “학문마당”이나 “대화마당”이라 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업장’은 ‘일터’로 더 손볼 만하고, ‘회의장’은 ‘모임터’로 손볼 만합니다. ‘운동장’은 그냥 쓸 만하지만, ‘놀이터’라고 할 수도 있어요. 운동장이 놀기만 하는 터는 아닙니다만, 마음껏 뛰놀듯이 온갖 운동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놀이터’라 해 볼 수 있어요. ‘운동마당’이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4348.10.27.불.ㅅㄴㄹ



학문의 장이 형성된다

→ 학문하는 자리가 이루어진다

→ 학문마당이 이루어진다

→ 배우는 자리가 마련된다

→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가 된다

《츠지모토 마사시/이기원 옮김-일본인은 어떻게 공부했을까?》(知와사랑,2009) 65쪽


텃밭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배움의 장이다

→ 텃밭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중요한 배움터이다

→ 텃밭은 아이들이 같이할 수 있는 멋진 배움마당이다

→ 텃밭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뜻깊은 배움자리이다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24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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