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11


 나의 사랑 너의 눈물


  어린이가 읽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글투를 가다듬으려고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어른이 읽는 글을 쓰는 사람도 글투를 가다듬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글멋을 부리는 데에 더 마음을 기울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글에 아무 낱말이나 함부로 넣는 어른도 더러 있을 테지만, 어린이가 읽는 글을 엮어서 책을 펴내는 어른이라면, 낱말 하나와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기 마련입니다. 어린이는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도 ‘한국말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할까요? 어린이가 글이나 책으로도 말을 배우듯이, 어른도 글이나 책으로도 말을 배울까요? 아니면, 어른은 글이나 책에 깃든 줄거리만 받아들일까요?


  어린이는 글 한 줄이나 책 한 권을 놓고도 말을 깊고 넓게 배웁니다. 어른은 이녁 스스로 못 느낄 테지만 어른도 글 한 줄이나 책 한 권을 놓고 시나브로 말을 깊고 넓게 배웁니다. 어른도 글이나 책으로 읽는 ‘글 한 줄’이나 ‘말 한 마디’가 머리와 마음에 아로새겨져요. 그래서 나중에 ‘글이나 책에서 읽은 낱말’이 문득 튀어나오기 마련이에요.


  글을 쓰는 어른이 ‘어른만 읽는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어른도 말을 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인 줄 헤아린다면 아무 글이나 섣불리 쓰지 않으리라 봅니다. 글을 쓰는 어른이 ‘어린이가 함께 읽는 글’을 쓰려 한다면, 아무래도 어린이 눈높이를 더 헤아릴 테고 ‘어린이가 새롭게 배울 한국말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다루는 사랑’을 담으려고 마음을 쏟을 테지요.


  한국말은 “내 사랑 네 눈물”입니다. 한국말은 “우리 사랑 너희 눈물”입니다. 겉으로는 한글이지만, 속으로는 한국말이 아닌 ‘나의’요 ‘너의’이며 ‘저의’이고 ‘우리의’입니다. ‘나의·너의’를 쓰기에 문학이 되지 않습니다. ‘내·네’를 슬기롭게 쓰면서 문학을 꽃피우는 고운 넋을 그려 봅니다. 4348.10.2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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