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업’이 되어야 할까?



  오늘날은 온갖 곳에 ‘사업’이나 ‘산업’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를테면 ‘문화사업’이나 ‘예술사업’이나 ‘교육사업’이라고도 하는데, ‘문화산업·예술산업·교육산업’처럼 되기도 한다. 사회는 ‘농업·공업·서비스업’으로 가르면서 농사조차도 ‘산업’이 되도록 하고, 서비스라고 하는 일도 그저 ‘산업’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이리하여 시골에서는 농약이랑 비닐이랑 비료를 안 써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내몰기도 하고, 돈이 되는 농사를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도 한다. 도시를 떠나서 시골로 가려는 사람들조차 ‘돈 되는 농사’를 귀촌학교(귀농학교)에서 배운다. 서비스가 산업이 되었기에 도시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야 만다.


  돈을 버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돈을 버는 일은 좋지 않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돈벌이는 그저 돈벌이일 뿐이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 벌되, ‘사업’이나 ‘산업’으로 뒤바뀌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사업이 되기에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야 말고, 산업이 되기에 오직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뚝 자르고야 만다.


  요즈음은 과학도 ‘산업’이다. 전쟁무기를 만드는 일조차 ‘군수산업’이라고 한다. 전쟁무기를 누가 만들까? 바로 과학자하고 기술자가 만든다. 내로라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전쟁무기를 만든다. 왜 전쟁무기를 만들까? 그야말로 돈이 잘 되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는 무엇을 할까? 기업과 정부한테서 연구기금을 받을 만한 연구를 한다. 돈이 될 만할 뿐 아니라 돈이 잘 될 만한 과학 연구로만 치닫는다. 바로 ‘과학산업’이다.


  돈을 잘 버는 글을 쓰거나 돈을 잘 벌 만한 책을 내는 일은 나쁘지 않다. 다만, 한쪽으로 기울어질 적에는 언제나 망가지지. 돈을 벌어야 한다면 ‘돈을 잘 쓰기’도 해야 하는데, 돈을 제대로 잘 쓸 줄 모르는 채 돈만 번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에 어떤 돈을 쓰려는가 하고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서 돈만 번다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짓고 싶은 꿈이 있기에, 이 꿈을 이루는 길에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많이 그러모으는 돈이 아니라, 스스로 지으려는 꿈을 가꾸는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문화도, 예술도, 교육도, 문학도, 과학도, 농사도, 여느 일자리 여느 일(노동)도 모두 사업이나 산업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길이 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돈이 될 글이 아니라 ‘글이 될 글’을 쓰고, 돈이 될 사진이 아니라 ‘사진이 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4348.10.2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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