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68. 마지막 사진이 될 뻔하다



  백 날 동안 꽃이 차근차근 피고 진다고 하는 배롱나무입니다. 배롱나무는 꽃송이를 한꺼번에 터뜨리지 않고 그야말로 천천히 터뜨리지만, 여름이 저물면서 살그마니 가을빛이 퍼지려고 하는 때에 발그스레한 꽃빛이랑 살며시 노랗게 물들려는 들빛이 곱게 어우러집니다. 이무렵 이 빛물결이 사랑스러워 으레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다녀요. 그런데 이 사진을 찍은 9월 2일,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논둑길을 달리며 들내음을 맡으려 하다가 그만 물이끼를 밟고 미끄러져서 크게 다쳤습니다. 다음 일은 알 수 없어요. 아늑한 사진을 찍고 나서 며칠 동안 사진기는커녕 숟가락조차 못 쥐고 드러누워 앓았으니까요. 자칫하면 내 마지막 사진이 될 뻔했습니다.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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