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밥이 왜 이리 늦어요?”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우체국에 들렀다. 책 열네 권을 부쳤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갔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만 놀았지만, 초등학교 공부를 마치고 노란버스를 기다린다든지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마을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논다. 면소재지 아이들이 있을 적에 면소재지 아이들은 좀 거친 말씨가 많았는데, 면소재지하고 퍽 떨어진 시골마을에 따로따로 사는 아이들은 말씨도 한결 부드럽고 고흥 말씨도 제법 흐를 뿐 아니라, 저희보다 어린 동생인 우리 아이들하고도 잘 놀아 준다. 나도 이 아이들 가운데 열 살 머스마하고 철봉을 함께 하면서 논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이 되고,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아이들은 더 놀다 갈 듯하다. 두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잠든다. 큰아이는 졸음이 가득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컴퓨터게임을 하고 싶단다. 얼추 열흘 가까이 한 번도 못 했지. 그러나 집에 닿으면 먼저 씻고 저녁을 먹어야지.
큰아이를 씻기고 나서 작은아이를 씻긴다. 작은아이는 집에 와서 이부자리에 누이니 잠을 깼다. 아이들을 씻기기 앞서 밥물을 안쳤고, 두 아이를 다 씻기고 나서 먼저 고구마감자졸임을 뎁혀서 주었다. 한창 바삐 밥이랑 국을 끓이는데 큰아이가 불쑥 한 마디 한다. “아버지, 밥이 왜 이리 늦어요?” 이제 1분쯤 있으면 밥도 국도 다 된다. 허허 웃으면서 “벼리야, 밥이 왜 이리 늦다니? 늦어 보여? 아버지는 집에 오자마자 너희 씻기고 밥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이렇게 있어. 오른무릎이 많이 아파서 서기도 힘들지만 너희들 주려고 밥을 신나게 하지. 아픔을 참으면서 밥을 하니까 아버지를 헤아려 달라는 뜻이 아니라, 너희는 집에 와서 밥 생각이 아니라 게임 생각만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그리고, 밥은 뚝딱하고 나오지 않아요. 벼리가 손수 밥을 할 수 있지는 않지?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해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는 않지만, 즐겁게 기다려 주어야지. 이제 거의 다 되었으니까 조금만 있어 봐.”
두 아이 밥그릇하고 국그릇에 뜨끈뜨끈 김이 나는 저녁을 담아서 밥상에 올리고 난 다음 비로소 부엌바닥에 주저앉는다. 아이고 아이고. 내 무릎에도 김이 나네. 후끈후끈 저려서 다리도 못 펴겠다. 4348.10.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