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볼 (28disc)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 / 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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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Z : 부활의 F

ドラゴンボ-ルZ復活の「F」, Dragon Ball Z: Resurrection of Frieza, 2015



  만화영화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를 혼자서 재미나게 본다. 우리 집 두 아이한테는 아직 이 만화영화를 보여줄 수 없다. 고작 여덟 살하고 다섯 살이니까. 다만, 이 만화영화에 흐르는 이야기는 살짝살짝 바꾸어서 들려줄 수 있다. 자, 그러면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먼저, ‘파랑(블루)’하고 ‘노랑(골드)’를 이야기하려 한다. 파랑하고 노랑은 누가 더 높거나 낮지 않다. 둘 모두 ‘사람누리(인간 세상)’을 뛰어넘는 자리이다. 그래서 파랑하고 노랑은 모두 ‘하느님(신)’ 자리에 있다고 할 만하다. 파랑하고 노랑이 맞붙어서 싸우면 어찌 될까? 어느 한쪽이 이기지 않는다. 둘은 온힘을 다해 맞붙는 동안 새로운 길과 눈썰미를 익힌다. 서로 배우려고 ‘맞붙어서 싸운다’는 얼거리로 ‘만난’다.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에서 손오공은 앞선 만화영화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 아니 새롭게 거듭났다. 〈드래곤볼 Z : 하느님 싸움〉에서 손오공은 ‘빨강(레드)’이 되었다. ‘빨강’은 어떤 빛깔을 나타낼까? 빨강은 사람누리 자리에서 스스로 눈을 뜨고 새롭게 깨어난 넋이라는 대목을 보여준다. ‘스스로 하느님이 된’ 넋이 바로 빨강이라는 빛깔로 나타난다.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에서는 ‘파랑’이다. ‘파랑’이란 무엇일까? 파랑은 저 스스로 아프거나 모자라거나 다친 곳을 다스릴 수 있는 하느님 자리이다. 그래서 이 만화영화에서 손오공은 마지막 대목에서 스스로 ‘다친 자리’를 다스리는 이야기가 나올 만했는데, 아직 이러한 이야기까지 그리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나중에 이런 이야기를 그리겠구나 싶다.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별에서도 순간이동을 하는 손오공한테 ‘자기치유 능력’이 없다는 대목은 좀 우습다. 바보스럽다고 할까. 그러나 바보스러움이란 바로 손오공이 스스로 갈고닦으면서 천천히 거듭나도록 하는 밑바탕이자 밑천인 만큼, 오래지 않아 새 만화영화에서는 ‘자기치유를 하는 손오공’도 나오리라 본다. 이를테면, 나메크별 사람들이 ‘부러진 팔다리’쯤 새롭게 지어내듯이.


  손오공을 맞수로 여기면서 언제나 몸닦기를 하는 베지터는 이제 손오공 못지않게 몸을 다룰 줄 아는 싸울아비로 거듭난다. 앞선 만화영화에서는 그저 ‘비루스한테 놀림감이 되던 베지터’였으나, 베지터는 끝없는 몸닦기를 하면서, ‘왕자’라는 허울을 내려놓는 몸짓을 보여주면서, 손오공 다음으로 ‘파랑 하느님’으로 곧바로 몸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발돋움했다.


  그러면 베지터는 어떻게 파랑이 될 수 있는가? 손오공을 비롯하여 ‘다른 목숨’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목숨을 죽여서 없애야 ‘나 혼자 으뜸’이 된다는 멍청한 생각을 버렸기 때문이다.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에서 잘 나오는데, 앞선 이야기에서도 살짝 나오기는 했으나 ‘비루스’보다 ‘우이스’가 훨씬 힘이 세다. 대단히 마땅한 노릇이다. 파괴신을 다스리고 담금질하도록 이끈 우이스는 비루스가 대들 만하지 않다. 그리고, 우이스이든 비루스이든 지구별을 부술 생각이나 마음이 없다. 말로는 지구별쯤 얼마든지 부수겠노라 하지만, 막상 지구별을 부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하면, 지구별에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고작 맛난 것 때문에 지구별을 안 부순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있을 텐데, 참말 그렇다. 게다가 지구별에는 온갖 나라와 겨레가 있는 터라, ‘맛있는 먹을거리’는 ‘지구별 사람 숫자’만큼 많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지구를 지킨 영웅은 없다는 뜻이다. 손오공이 아주 힘이 센 싸울아비이기 때문에 지구별을 지켜 주지 않는다. 손오공한테 지구별이 없다면, 또 착하며 아름다운 이웃사람이 없다면, 손오공은 터럭만큼도 오늘 모습처럼 거듭날 수 없었다.


  파랑 하느님이 된 손오공과 베지터이지만, 여느 지구별 사람도 누구나 ‘하느님’이다. 다만, 손오공하고 베지터는 ‘싸움을 할 줄 아는 몸놀림’으로 하느님이 되었을 뿐이고, 우이스나 비루스는 ‘파괴별’을 지키고 다스리는 넋으로 하느님이 되었을 뿐이다. 부르마는 과학천재로서 하느님이 되었다고 할 테고, 다른 모든 주인공도 저마다 제 삶을 찾는 하느님으로 거듭난다.


  손오반 이야기도 해 볼 만한데, 손오반은 제 아버지 손오공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 그렇지만 손오반은 주먹힘을 키우거나 끌어낼 마음이 없다. 이는 피콜로가 잘 안다. 피콜로는 손오반한테 숨은 모든 힘을 끌어내고 싶으나 손오반은 ‘몸으로 쓰는 힘’보다는 ‘머리로 쓰는 힘’이나 ‘마음으로 쓰는 힘’으로 가려 한다. 손오공은 책 한 권 안 읽고 글 한 줄 쓸 줄 모르지만, 손오반은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갈고닦는다. 손오반은 ‘평화를 가꾸며 새로운 길을 배우는 기쁨’을 누리는 ‘사이어인 전사’도 있다는 대목을 그리는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2016년이나 2017년에도 새로운 미르구슬(드래곤볼)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다. 이만 한 짜임새라면 다음 이야기도 멋지고 아기자기하게 엮어서 나오리라 본다. 4348.10.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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