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구슬나무가 있던 자리에



  고흥읍 한쪽에 냇물이 흐르고, 냇가를 따라 크고작은 나무가 많았다. 짧은 다리 한쪽에는 꽤 우람한 멀구슬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군청에서는 나무가 우거졌던 자리를 밀어서 시멘트를 덮더니, 다시 시멘트로 기둥을 받치면서 주차장을 마련했다. 그런데 주차장을 마련한 지 한 해 즈음 된 얼마 앞서 ‘멀구슬나무가 있던 자리’에 꽃밭을 마련해 놓았다.


  무슨 짓일까? 주차장으로 바꾸었으면 그냥 주차장으로 두든지, 꽃 한 송이나 풀 한 포기나 나무 한 그루도 없어서 메말라 보인다면 처음부터 우람한 나무를 함부로 베지 말든지. 도무지 한치 앞조차 내다보지 못하거나 않는 행정이라면, 이러한 행정은 앞으로 또 무슨 짓을 벌일까.


  나무를 그대로 두고, 풀밭을 그대로 두며, 냇물을 그대로 두는 길이 바로 ‘가장 잘하는 정책이자 행정’이다. 도랑에 시멘트를 퍼붓지 말고, 논둑을 시멘트로 바꾸지 않는 길이 바로 ‘가장 잘하는 정책이자 행정’이다. 4348.10.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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